‘술은 마실수록 는다’는 말이 있다. 한 두잔 마시다 보면 금세 한 병을 비우게 된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은 퇴근 후 ‘딱 맥주 한 캔’만 마시려다, 어느새 다음 캔을 따기 십상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발간한 ‘2022년 알코올 통계자료집’을 살펴보면, 성인의 연간 음주율(최근 1년 동안 1회 이상 음주한 분율)은 78.1%에 달한다. 10명 중 약 8명은 술을 마신다는 얘기다. 성인 평생 음주자의 연간 음주 빈도는 주2~4회와 주 4회 이상 마시는 경우가 24.3%를 차지했다. 1회 음주량은 1~2잔이 32.7%로 가장 높았고, 3~4잔이 16.8%로 뒤를 이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10잔 이상 마시는 경우가 26%로 가장 많았다.
과도한 음주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알코올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며 뇌세포를 파괴해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을 일으킨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과음을 오랫동안 지속하면 치매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과음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하루 소주 3잔 이상 마시는 사람, 비음주군보다 치매 발병률 높아
차의과학대 구미차병원 가정의학과 전근혜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과 2011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393만 3,000여 명을 평균 6.3년 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2009년에 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하루 음주량에 따라 비음주군, 경도 음주군(15g/일 미만), 중등도 음주군(15~29g/일), 과음군(30g/일 이상)으로 구분했다. 알코올 15g은 시중 판매 상품 기준으로 맥주 1캔(375mL) 또는 소주 1.5 잔에 해당한다. 이어 2009년과 2011년 동안 음주량의 변화에 따라 비음주군, 단주군, 절주군, 유지군, 증량군으로 구분한 뒤 치매 발병 위험을 평가했다.
추적 관찰 기간 연구 대상자 중 총 10만 282명에게서 치매가 발병했으며, 과음을 유지한 경우 비음주 군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8%가 증가했다. 반면, 과음에서 중등도로 음주량을 줄인 사람들은 음주량을 과음으로 유지한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8%가 감소했다.
특히, 경도에서 중등도 음주량을 유지한 경우에는 비음주 군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각각 21%,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동욱 교수는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비음주자가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음주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라고 설명하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인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되었다.
술 마시면 필름이 자주 끊긴다? ‘알코올성 치매’ 의심해야
평소 과음을 하는 경우 일명 블랙아웃(Black-Out), 즉 필름이 끊기는 증상을 겪을 수 있는데, 자주 나타난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0%를 차지하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자주 마셔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가 발생한다.
알코올성 치매의 또 다른 증상으로는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쉽게 화를 내거나 사람을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기 때문에 의심되는 즉시 술을 끊고, 최대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므로 평소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가져야 한다. 과음은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술자리는 주 2회 이하로 줄이고 음주를 한 후 3일 정도는 금주하는 것을 추천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