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시면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거나 아주 조금만 마셔도 간에 지방이 많이 낄 수 있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는데 반해 신체 활동은 줄어, 소비되지 않은 잉여 에너지가 지방으로 전환돼 간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 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매년 인구 1,000명당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45명가량 발생하고 있다.
탄수화물 중독이라면 조심...비알코올성 지방간 원인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에는 지방보다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는 것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영양소별 1일 섭취량 중 탄수화물의 비중은 65.6%로, 미국인의 51.7%에 비해 훨씬 높다. 반면, 한국인의 지방 섭취 비율은 20.5%로 미국인의 32.9%에 비해 낮다.
탄수화물을 섭취해 혈당 수치가 상승하면 우리 몸에서는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의 체내 농도가 증가하면 지방 조직에서 지방 분해가 촉진돼 간세포로 들어오는 유리지방산이 증가된다. 이로써 지방간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인슐린은 간 내 지방의 신생합성을 증가시켜 간 안에 지방이 더 축적되게끔 한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이어지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하고, 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요한 위험 인자가 된다. 이외에도 과체중, 비만, 제2형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로 꼽힌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 방법...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에서 중요한 점은 지방간의 원인이 알코올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일주일에 섭취하는 알코올 양이 남성은 210g(소주 3병 정도), 여성은 140g(소주 2병 정도) 이하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기준에 부합한다. 아울러 환자에게 다른 간질환이 없다는 것도 확인해야 하는데, B형·C형 간염 같은 간질환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와야 한다. 두 가지 사항을 점검했다면 간의 지방 변화를 확인한다.
간에 지방이 쌓인 정도를 보는 표준 검사 방법은 바늘을 삽입해 간 조직을 소량 채취하는 간 조직검사다. 조직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비용이 비싸고 출혈 등의 합병증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진단하는데 영상학적 검사와 혈청학적 검사를 많이 사용한다.
영상학적 검사는 조직검사보다 방법이 수월하지만, 간의 지방 침착 정도가 적으면 진단이 어려울 수 있고 간의 염증과 섬유화는 파악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영상 검사는 복부초음파 검사로, 이외에도 CAP(controlled attenuation parameter), 비조영 증강 CT 등이 쓰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을 진단하는 혈액 검사 지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AST나 ALT 같은 간효소 수치가 정상의 2~5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지방간 가능성을 예측한다. 또,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자의 절반 이하에서는 γ-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ALP 같은 수치가 상승한 소견을 보이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겼다고 해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우측 상복부 불편함과 피곤함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이 커져서 복부를 진찰하면 간이 만져지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대부분은 양호한 임상 경과를 보인다. 하지만 간경변증이나 간암 같은 말기 간질환으로 진행될 위험도 있다. 아울러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면 관상동맥 및 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도 높아진다.
방치하면 안 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치료와 예방법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나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지방간에 동반되는 인슐린저항성, 비만,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운동, 식이요법 등 생활 습관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면서 당뇨 및 인슐린저항성 치료, 고지혈증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체중 감량이 중요하다.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가 체중을 감량하면 인슐린저항성이 개선되고, 지방간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기간에 급격하게 살을 빼면 간의 염증과 섬유화를 악화시킬 수 있어 서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소아의 경우 일주일에 0.5kg 미만으로, 성인은 0.45~1.6kg 미만으로 감량해야 한다. 대한간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지방간 치료를 시작할 당시 체중의 5~7%를 감량하는 것이 좋다.
과식을 피하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식사를 해야 한다. 특히, 총 섭취 열량에서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한국인 식생활을 고려할 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탄산음료, 주스, 과자 등의 인스턴트식품에 들어가 단맛을 내는 과당(단순당) 등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면 인슐린저항성이 개선되고 대사증후군이 호전되는 효과가 있다. 최대 심박수의 50~70%인 중등도 강도로 걷기, 자전거 타기, 조깅,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운동할 때는 30~60분 정도로, 주 2회 이상 하는 것을 추천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