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장소, 시간을 헷갈리고 성격에 변화가 나타나면 대다수는 '치매'를 먼저 의심한다. 실제로 지남력 저하와 급격한 성격 변화는 치매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같은 증상은 ‘간’에 문제가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체내에 남은 독성 물질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원인이다.
사람이나 장소, 시간을 헷갈리는 증상은 '간 기능'이 떨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람 못 알아보고 무기력…'간' 망가졌다는 신호일 수도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으로 에너지 관리, 지방의 소화 등 중요한 화학적 작용을 담당한다. 영양소 대사도 간의 주요 기능으로,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긴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꿔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간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 암모니아가 혈액으로 순환하며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간성뇌증(간성혼수)'가 발생하는 과정이다.
간성뇌증의 증상은 4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발생한다. 1단계는 불면증이 생기고, 반응이 느려지며 자제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쾌감 혹은 우울증이 나타나거나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2단계가 되면 손떨림증이 나타나고, 날짜와 시간 개념에 혼동이 생기며 발음이 어눌해진다. 3단계는 반혼수 상태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장소와 시간을 모르며, 아플 정도로 자극을 해야만 눈을 뜨는 증상이 나타난다. 마지막 4단계는 완전 혼수상태로, 강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간성뇌증은 성격이나 행동이 변하고, 지남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치매와 혼동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된 연구는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약 10%는 진단되지 않은 간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간질환에 의한 뇌 손상이 인지기능 손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성뇌증이 치매로 오진되면 회복이 가능한 간성뇌증의 치료가 지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경변증 환자, 특히 주의…가족 등이 ‘이상증세’ 바로 알아차려야
간경변증 환자에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치매인지, 간성뇌증인지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간경변증 환자는 간성뇌증의 발생 위험이 특히 높기 때문이다. 대한간학회의 ‘한국인 간질환 백서’에 따르면 간성뇌증은 전체 간경변증 환자의 10% 이상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합병증으로, 응급실 내원 간경변증 환자의 20% 이상이 간성뇌증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간성뇌증은 그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변비, 과도한 단백질 섭취, 위장관 출혈, 탈수 등이 대표적인 발생 원인이다. 원인에 따라 약물치료, 수액치료 등 적절한 치료법을 진행하면 상당수에서 간성뇌증이 회복된다. 하지만, 조기에 회복되지 못하고 혼수상태가 깊어지면 회복이 더디거나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간성뇌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간경변증 환자와 그의 가족들은 평소 의심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상세히 살펴야 한다. 간성혼수의 증상이 성격변화에서, 불면증, 자제력 저하 등으로 다양하므로 본인은 물론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만성 간질환 환자는 변비, 감염 등 위험 요소에 주의해야 하고, 질환 관리에 힘써야 간성뇌증을 비롯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