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기쁨도 잠시, 산후 우울감을 겪거나 산후우울증에 걸려 수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산모들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2021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분만 후 산후 우울감을 경험한 산모는 52.6%로 2018년(50.3%) 대비 2.3% 포인트 올랐고, 출산 후 일주일 동안의 산후 우울 위험군 역시 42.7%로 높게 형성됐다.
그런데 산후 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은 산모만이 아니다. 남성도 산후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 처방 이력이 있는 남성에서 산후우울증 재발 위험이 최대 30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남성 산후우울증’…우울증 과거력과 경제적 이유로 발병
산후우울증은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로 발생한다. 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눈물이 나고 식욕이 없으며, 죄책감을 느끼는 증상을 나타낸다. 여성에서 산후우울증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소들이 서로 얽혀 일어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임신 기간 동안 아주 많이 증가했다가 출산 후 48시간 내에 90~95% 정도 감소해서 점차 임신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된다. 이러한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는 산후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분만 후 갑상선 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되는 것 또한 우울증 유발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분만 후 피로, 수면장애, 충분하지 못한 휴식, 아이 양육에 대한 부담과 걱정, 생활의 변화, 신체 변화나 자아 정체성 상실 등도 산후 우울증 유발에 기여한다.
반면 남성도 산후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남성의 산후우울증 발현을 높이는 요인에 대해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약 50만 명의 이상의 남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항우울제 처방을 받은 남성에서 출산 후 우울증이 재발할 위험이 최대 30배나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헬스케어 빅데이터 'IQVIA'의 데이터 중 2007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 사이 신생아를 출산한 기록이 있는 15~55세의 남성의 항우울제 치료 이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 치료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에 비해 출산 직전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의 산후우울증 위험이 30배 높았다. 한 번이라도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도 위험이 7배나 높았다.
특히 지역별 평균 소득에 따라 집단을 분류했을 때, 최대 빈곤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나머지 그룹보다 우울증 위험이 평균 1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서 산후우울증이 발병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이 거론되는 결과인 셈.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남성 산후우울증 발병의 주요 요소로 ‘항우울제 처방 이력’과 ‘사회적 박탈감’을 꼽았다. 이어 "보통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아버지들이 아이와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자마네트워크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부부의 최대 3%에서 산전·산후우울증 발현…증상 보이면 적극 치료해야
한편, 부부의 최대 3% 이상은 산전·산후우울증을 함께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총 2만 9,286쌍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부부가 동시에 겪는 산전 우울증의 유병률은 1.72%였으며, 산후 초기(산후 12주)에는 부부의 2.37%가, 산후 후기(3~12개월)에는 3.18%가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부가 모두 동시에 산전·산후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며, 특히 아버지가 되는 남성에게 찾아오는 우울증을 진단하는 검사법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통상 산모의 33.9%가 산후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며, 분만 이후 4~6개월이 됐을 때 증상이 발현된다. 수많은 발병 원인만큼 증상 역시 다양하다. 감정 기복이 잦아지며, 어떠한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으며, 특별한 이유 없이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며,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초조한 마음이 든다. 증상이 심할 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산후우울증에 걸린 남성은 우울 증상 외에도 짜증이나 화가 많아지고, 아기를 귀찮아하며 잦은 술자리와 늦은 귀가를 나타낸다. 또 게임과 도박 중독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그냥 넘기지 말고 산후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약물과 상담 치료 그리고 가족들의 따스한 지지가 도움 돼
산후우울증 치료에는 크게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 방법이다. 먼저 약물 치료는 수유 시기와 우울감이 찾아오는 시기가 겹칠 때가 많기 때문에 항우울제 등의 약물 투여를 지양해야 한다. 물론 증상이 심해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쳐 처방받으면 된다. 상담 치료를 통해 원인을 찾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다. 각 지역의 보건소에서는 산후우울증 검사 및 상담 기관 연계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는 경기와 인천 지역에 난임·우울증 상담센터가 1개소씩 설치돼 운영 중이며, 우울증 진단과 상담,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남성이 산후우울증에 걸리면 아내와의 문제 발생은 물론이고, 아이의 정서적, 지적 성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아버지가 된다는 것과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리 육아 공부를 하면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변화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엄청난 격변기이므로 주변 가족들이 따스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우울감 해소를 위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 된다. 잠을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몸속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우울감을 높이는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외부로 나가 걷는 것이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데,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웃을 때는 크게 웃어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야 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