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과 영상의학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유상철 씨가 향년 50세에 췌장암으로 별세하여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검진의 활성화로 인해 각종 암의 조기 발견이 늘어나고 더불어 치료법도 꾸준히 발달해왔기 때문에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췌장암은 여전히 낮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어 많은 사람이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진단받더라도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췌장암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영상의학과의 역할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췌장은 배 안의 뒤쪽에 위치하는 장기로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인슐린을 생산해 혈당을 조절하는 장기이다. 췌장암은 두부(head)에 60%, 체부(body)에 13%, 미부(tail)에 5% 내외의 국소 종괴를 형성하며, 나머지 22%에서는 미만성 종괴로 나타난다<그림1>.
췌장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외에 만성 췌장염, 당뇨, 췌장암의 가족력 등이 있다. 주로 50~60대에 호발하며 남자가 여자보다 1.5배 더 많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복통과 체중감소이고, 췌장의 두부에 생길 경우 간에서 담즙을 배출하는 출구인 담도를 막아 황달을 유발하게 된다. 황달이 오면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갈색 소변과 회백색 변을 누며 피부에 가려움증이 생긴다. 복통과 체중감소는 췌장암만의 특징적인 증상이 아니고, 췌장은 80%가 파괴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증상이 나타날 경우 주변 장기를 침범한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 초음파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췌장까지 봐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몸 깊은 곳에 위치해 있고 췌장의 체부나 미부는 장내 가스로 인해 가리는 경우가 많아 종양 자체를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췌관이 늘어나 있거나 췌장낭종이 발견되면 췌장암을 의심해 정밀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종양표지자 중에 CA19-9가 췌장암에 관련하여 많이 쓰이지만, 특이도가 낮고 다른 암이나 양성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초기 진단에서 활용도는 높지 않다. 췌장암의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중요한데 췌장의 전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CT를 촬영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췌장암 가족력이 있고 흡연, 음주, 고지방식이, 당뇨병 등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건강검진 시 CT를 같이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 그 외 진단 목적으로 MRI나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등이 쓰인다.
췌장암은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에 반응이 나빠 외과적 절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진단 당시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10~20% 이하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여 수술이 가능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췌장암이 주변 장기로 침범을 잘하기 때문에 암이 진행하면서 담도폐쇄나 출혈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영상의학과에서 시술(인터벤션)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담도가 폐쇄된 경우 혈중 빌리루빈이 증가하고 심하면 패혈증까지 올 수 있어 급하게 배액이 필요한데 경피적으로 확장된 담관을 천자하여 정체된 담즙을 체외로 배액 시키는 시술이 필요하다<그림2>. 나아가 종양으로 막힌 담관에 금속스텐트를 삽입하여 확장시킴으로써 배액관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다<그림3>.
뿐만 아니라 췌장암은 혈관 침범을 잘하기에 출혈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출혈 혈관을 막는 색전술로 생존율을 높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췌장암은 조기발견이 어렵고 전이가 잘되는 암으로 아직까지 수술 외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췌장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려면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정기 검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췌장암이지만 영상의학과에서는 빠른 진단과 치료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임상 각 과와 협력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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