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검사가 바로 혈액검사다. 전신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혈액은 신체 여러 조직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액검사를 했을 때 주목하는 콜레스테롤, 혈당, 간 수치 등은 만성질환 여부를 알려주는 만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곤 한다.
이렇게 만성질환의 지표로 잘 알려져 있는 혈당 등의 수치뿐만 아니라, 일반혈액검사(CBC) 결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혈액 속 적혈구나 백혈구 등의 변화로 다양한 질환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일반혈액검사 결과지의 용어가 낯선 탓에, 각각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가천대학교 길병원)의 도움말로, 일반혈액검사의 중요성과 해석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다양한 질환을 파악할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혈액검사로 질환 예측할 수 있어…수치별로 의미 달라
전혈구 검사, 또는 CBC 검사라고도 불리는 일반혈액검사는 혈액 속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백혈구, 혈소판 등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다. 각 성분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많거나 부족한 것이 확인되면 질환을 의심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기동 교수는 “예를 들어 적혈구 수치가 낮으면 빈혈, 백혈구 수치가 높다면 감염, 혈소판 감소는 출혈을 의심하는 등 수많은 질환을 예측하거나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이점 때문에, 대부분의 건강검진에서 기본적으로 시행되는 검사”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혈액검사 하나만으로도 여러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막상 결과지가 나왔을 때 이를 바로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WBC △RBC △HB 등 낯선 용어가 너무 많은 데다, 각각의 수치가 어느 정도일 때 정상인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혈액검사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주요 수치는 무엇인지, 각각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하나씩 짚어 보자.
혈액 속 혈액세포, ‘혈구’ 읽는 방법
WBC: 백혈구 수치
골수에서 생성된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나 감염원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 범위는 4,000~10,000개/uL 정도다. △세균 감염 △염증 △백혈병 등의 악성 종양 때문에 수치가 높아질 수 있으며, △영양결핍 △혈액질환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RBC: 적혈구 수치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세포로, 붉은색을 띠는 혈색소(헤모글로빈)이 포함되어 있다. 검사를 통해 적혈구의 크기나 모양, 개수를 확인해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정상 범위는 남성 420만~630만/uL, 여성 400만~540만/uL 정도다. △설사 △탈수 등 체액 소실이 있을 경우 수치가 높아질 수 있으며, △출혈 △빈혈 △월경이나 임신 등으로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Hb: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
혈색소는 적혈구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하나로, 혈액의 붉은색을 나타내며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 정상 범위는 남성 13.0~17.0g/dL, 여성 12.0~16.0g/dL 정도다. △흡연 △탈수 △폐 섬유화 등으로 수치가 높아질 수 있으며, △빈혈 △생리과다 △골수 질환 등으로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PLT: 혈소판 수치
혈소판은 헐관 손상 부위에 달라붙어 출혈을 멎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 범위는 150,000~450,000/uL 정도다. △급성 출혈 △운동 후 △스트레스 과다 등으로 인해 수치가 높아질 수 있으며, △골수 질환 △특발성 혈소판감소증 등으로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이 외에도 백혈구를 5가지 종류로 구분해 세부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도 있고, 혈액 속 적혈구와 혈색소의 용적률, 농도 등을 살펴보며 이상이 없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이렇게 혈액을 구성하는 각 혈구의 기능과 정상 수치를 이해하면, 특정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졌을 때 어떤 질환을 의심해야 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의료진과 함께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정확한 혈액검사 결과 얻기 위해 알아둘 점은?
이러한 혈액검사 수치는 기본적으로 성인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는 백혈구나 림프구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측정될 수 있고, 연령대별로 질환으로 진단하는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 나이 외에도 △성별 △임신 △흡연 여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정상 기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고기동 교수는 혈액검사 전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컨디션에 따라 면역기능 등이 영향을 받는 만큼, 정확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신체 상태에 따라 혈액 수치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검사 2~3일 전부터는 과로나 심한 운동, 흡연, 음주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거나, 간∙신장질환 등을 기존에 앓고 있는 경우, 결과를 더욱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미리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수치가 정상 범위와 다르게 나왔다고 해도, 처음부터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고 교수는 “수치에 이상이 있더라도, 한 번의 측정 결과만으로 건강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환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는다”라며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사전에 이야기하고, 검사 결과가 우려된다면 의료진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도움말: 고기동 교수(가천대학교 길병원 가정의학과)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