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지질 수치가 비정상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이상지질혈증’. 이상지질혈증은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1차성 이상지질혈증’과 가족력 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2차성 이상지질혈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위원회는 2차성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하는 원인을 3가지로 규정한 전문가 합의안을 최초로 발표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섭취하는 음식과 약물이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2차성 이상지질혈증에 관련된 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번 합의안에서 2차성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무엇인지, 각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차성 이상지질혈증의 3가지 원인과 관리 방법
1. 음식
과도한 에너지 섭취와 특정 영양소 과잉 섭취, 낮은 신체 활동 등 비만을 촉진하는 생활 방식이 2차성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 과다 섭취, 탄수화물이 많은 식단, 과당, 붉은 고기, 초가공 식품, 알코올 등의 식품이 혈중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정제된 곡물이나 포화지방, 나트륨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지질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년 미국심장학회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식단의 문제점을 짚은 바 있는데, 흰쌀밥과 같은 정제 곡물을 많이 먹어 식이섬유가 부족한 데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포화지방과 나트륨 섭취량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국립암센터의 자료에서도 탄수화물과 지방, 기름, 당분이 많은 식사 패턴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잘못된 음식 섭취로 인해 2차성 이상지질혈증이 찾아온 경우 이에 대한 조절이 필수적이다. 평소 과식과 폭식을 줄이고, 몸에서 필요한 만큼 적절한 에너지 섭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포화지방산은 총 에너지의 7% 미만, 트랜스지방산은 1% 미만으로 섭취하고 불포화지방산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데, 하루 평균 25g 이상 먹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탄수화물의 경우 완전히 끊지 말고 하루 섭취량의 50~60% 미만 정도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으며, 불가피하다면 하루 1~2잔으로 제한해야 한다.
2. 질환
기저질환 탓에 2차성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먼저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간질환 및 원발성 담관염 △신증후군 등이 지목됐다.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간질환이 있으면 콜레스테롤 배출이 잘되지 않아 혈중 지질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비만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쿠싱증후군 △자가면역질환 △패혈증 △임신 등이 중성지방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과 높은 인슐린 저항성은 간에서의 LDL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할 수밖에 없고, HDL 콜레스테롤까지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만약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고 임상적으로 수치 변화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대한 검사를 받아볼 것이 권장된다. 이외에도 간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약물 투여 시에도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이상지질혈증이 있다면 먼저 기저질환의 영향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과도하게 높다면 급성 췌장염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라면 꾸준한 운동과 체중 감량 등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다른 조치를 시행하기 전에, 중성지방을 높이는 가장 큰 이차적 원인인 질환부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약물
약물 탓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기도 한다. △심혈관 약물 △스테로이드 호르몬 △피부과 약물 △면역억제제 △항감염제 △항경련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 혈당 조절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SGLT-2 억제제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경우라면 혈중 지질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약물을 가능한 다른 약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합의안의 설명이다. 만약 약물을 대체할 수 없는 경우라면 환자의 지질 수치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약물의 필요성과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위험성, 약물 간 상호작용 등을 꾸준히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각한 고중성지방혈증은 급성 췌장염의 주요 발병 원인인 만큼, 원인 물질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제로 흔히 처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계열인데, 이는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에게는 복용 금지 약물이다. 그런 만큼 약물 복용 시에는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고, 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한 후에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