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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불안하고, 불안하면 더 아프고”…신체증상장애 악순환 끊어내기

작성일 24-04-21

신체증상장애(SSD)는 근육통, 입 마름, 구토, 가슴 답답함, 생리 불순 등 신체의 모든 부위에서 다양한 증상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러한 증상들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신체 질환으로 오인해 내과, 신경과 등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병원을 방문해도 이상 소견이 없는 정신 장애의 일종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신체증상장애 환자 중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진행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3%가량에 불과하다. 이렇게 뚜렷한 병명 없이 신체 증상과 그에 대한 걱정이 지속되며 환자는 무기력감, 좌절감 등을 느껴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정신적 어려움이 SSD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은 SSD 환자의 증상은 정서에 영향을 받는데, 특히 불안과 분노를 느낄 때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밝혔다.


정신적 어려움이 신체증상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통증으로 인한 불안감, 도리어 통증 악화시켜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 연구팀은 신체증상장애 환자 74명과 건강한 대조군 45명을 대상으로 MRI 검사, 혈액검사, 임상심리학적 검사, 임상증상 등을 분석했다. 이때 임상증상에는 신체 증상, 우울, 불안, 분노, 감정표현불능증을 포함했다.

그 결과 정서 조절 능력의 저하가 신체 증상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소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를 통해 SSD가 신체 감각과 감정을 처리하고 조절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DMN은 외부 자극 없이 멍한 상태로 있거나 명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이다. 연구팀은 SSD 환자의 DMN 기능이 떨어져 감각을 왜곡되게 처리하는 것이 신체증상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때, 불안과 분노가 DMN의 기능적 연결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신체 증상으로 인한 불안감이나 분노가 신체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박혜연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불안이나 분노 등 기분 증상이 동반된 SSD 환자는 기분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신체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며 관련된 인지행동 치료나 신경자극 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뇌과학 분야 학술지 ‘뇌, 행동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됐다.

 

약물 치료 통해 악순환 끊어낼 수 있어

신체 증상으로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이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내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의료진은 진찰 시 의학적으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자체보다는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증상에 우선 관심을 갖고 SSD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SSD는 주로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키는 항우울제(SNRI 등)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은 신경계에서 통증 감각을 억제할 뿐 아니라 우울증의 발병과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두 신경 물질을 활성 해 SSD 환자의 신체 증상과 정서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약물 치료의 과정을 통해 1차적으로는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이 감소하고, 2차적으로 항우울 효과로 인해 불안과 같은 정서가 완화된다. 원인 불명의 통증과 그로 인한 부정적 정서가 신체의 통증을 또다시 심화시키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일상으로의 회복을 돕는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리치료와 더불어 ‘마음챙김법’ 권장

국립정신건강센터는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치료에 더해 통찰 지향적인 정신 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정신 치료를 병행하기를 권장한다. 정신 치료는 환자가 겪는 증상이 스트레스나 정서 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상담을 통해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믿음을 쌓아 긍정적 치료 효과를 보이는 방법이다.

치료와 더불어 △몰입할 수 있는 활동 참여 △규칙적인 생활 △치료에 성실히 참여할 것 등을 통해 증상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지기를 권장한다. 아울러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마음챙김’(Mindfulllness)’을 강조하며 현재 고통받고 있는 증상 외에도 여러 감각이 있음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 ‘명상’으로 불리는 마음챙김을 실천하는 기술 3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 마음과 소통하기: 오늘 하루 어떤 기분과 생각이 들었는지 되돌아보고, 스스로 위로와 격려, 칭찬을 해준다.

② 마음에 자유 주기: 산책, 악기, 글씨 쓰기 등 종류와 관계없이 하루에 10분간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다른 생각이 방해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

③ 현재를 즐기기: 과거에 대한 후회는 우울을, 미래에 대한 걱정은 불안을 야기하므로 오늘 하루에 집중하며 우울감이 찾아와도 즐기려 노력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