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하나의 지표다. 주로 선홍빛이 도는 건강한 사람의 혀와 달리,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혀의 색깔이 변하면서 건강의 이상을 알려 주기도 한다. 이렇게 혀를 보면서 진료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설진’이라고 한다. 혀에는 혈관과 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에, 혀의 변화를 보면 오장육부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혀의 색깔 변화에 따른 건강 상태를 알아보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혀 색깔로 보는 건강 상태
붉은색 혓바닥
혀가 선홍색을 넘어 딸기처럼 진한 붉은빛을 띤다면 몸에 열이 많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균 감염 등으로 몸속에 염증이 생기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 열이 오르게 되는데, 이때 혀가 붉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과도한 몸의 열을 발산하기 위해 혀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더욱 붉게 보이는 것이다.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에도 혀가 붉어질 수 있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게재된 ‘만성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설 색상과 심박변이도의 경향성 파악’ 연구에 따르면, 만성 소화불량증 환자 60명과 건강 대조군 12명을 분석한 결과 소화불량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혀가 더 붉어지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타민 B가 부족한 경우에도 혀가 붉은색을 띨 수 있다. 빨갛게 변한 혀와 화끈거리는 통증이 특징적인 ‘구강작열감증후군(BMS)’은 비타민 B12 부족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2021년 89명의 구강작열감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아연과 비타민 B12 보충제를 1달간 투여한 결과, 증상이 약 58~67%의 환자들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 B12가 풍부한 시금치와 계란, 우유, 조개류 등을 먹으면 구강작열감증후군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흰색 혓바닥
흔히 백태라고도 부르는 ‘설태’가 많을 경우 혀가 흰색으로 보일 수 있다. 설태는 주로 혀의 표면에 구강점막의 세포, 세균, 침 등이 달라붙으면서 생성된다. 설태는 양치를 꼼꼼히 해도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혀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과도하게 생성되는 경우에는 구강 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구강건조증이 있을 경우 침이 마르면서 백태가 더욱 두꺼워지고, 혀가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입안이 마르면서 일반적인 음식을 먹기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더불어 물을 자주 마시면서 건조감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
또 구강칸디다증에 걸린 경우, 혀나 구강 점막에 흰색 반점과 염증이 나타나는 증상이 찾아올 수 있다. 곰팡이의 일종인 칸디다균은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에서 급속도로 번식하면서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주로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고령층, 장기간 치료를 받은 환자 등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발병 시에는 항진균제 등을 사용해 치료하고, 운동과 충분한 수면, 영양 섭취 등으로 면역력을 기르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만약 혀에 설태가 심하지 않고 창백한 흰색이라면 영양 결핍으로 인한 빈혈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체내 철분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 생산이 적어지면서 혀가 창백하게 보인다. 이때 혀를 자극하면 혀가 쉽게 헐면서 타는 듯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피하고, 철분이 풍부한 콩과 다시마, 녹황색 채소, 해조류 등을 먹으면서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하면 빈혈 개선에 도움이 된다.
보라색 혓바닥
보라색 혀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볼 수 있다.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막히면 손끝 피부와 혀가 보랏빛을 띨 수 있고,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불순이 있을 때 혀가 보라색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또 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저산소증이 나타난 경우, 체내 산소 부족으로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되면서 혀가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만약 혀가 전체적으로 보라색을 띠는 것이 아니라, 혀의 일부에 보라색 병변이 생겼다면 혈관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혈관종은 대부분 양성 병변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그대로 지켜보는 경우가 많으며, 미용상 문제가 되거나 혀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면 제거할 수 있다.
검은색 혓바닥
혓바닥이 검은색이라면 설태가 검은색으로 변한 ‘흑태’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항생제와 같은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혓바닥이 검게 변할 수 있다. 항생제 자체에 변색의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있고, 항생제로 인해 구강 내 세균총에 변화가 생기면서 발색성 박테리아가 성장해 혀가 검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항생제 복용이 끝난 이후 수 주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 밖에도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혀가 검어질 수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검붉은 색을 띠는 ‘카복시헤모글로빈’이 생성되는데, 혈액의 색이 검붉어지면서 입술과 혀가 검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또 흡연자의 혀에 검고 긴 돌기가 생겼다면 ‘설모증’이 나타났을 수 있다. 담배의 니코틴과 타르가 구강에 붙으면 혀 점막의 사상유두가 변화되고, 세포 감각에 변화가 생긴다. 변화된 세포에 음식물과 타르가 쌓이면서 길게 돌기가 자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담배를 끊고, 양치를 할 때 혀의 설태까지 꼼꼼히 닦아내는 것이 좋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