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우울증을 앓더라도 '나이 들어서 그렇다'거나 '치매로 오인'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노인 우울증의 심각성은 우울증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어렵고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노인 자살률 높이는 ‘노인 우울증’
노년이 되면 신체능력이 떨어지고 사회 및 가정에서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가족이나 지인의 상실, 경제 문제 혹은 가족과의 불화 등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발생하곤 한다.
우울증은 노년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인데, 이를 방치했다간 자살 시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자살률은 2020년 48.6명으로 전체 연령 자살률 26.6명의 1.5배이며, OECD 국가 평균(18.4명)보다 약 2.9배 높은 수준으로 매우 심각하다.
노인 우울증은 다른 연령대에서의 우울증과 달리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울감을 별로 호소하지 않고 몸이 아프거나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스스로 우울증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남의 시선이 무서워 정신과에 가기를 꺼려 하며, 홀몸어르신 중에는 혼자 병원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애물이 노인 우울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막는다.
특히 노인 우울증은 치매와 자주 혼동된다. 우울감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등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인 우울증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가성치매라고 부르는데, 우울증을 치료하여 회복할 경우 인지 기능 또한 회복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노인성 치매와는 다르다.
디지털 문해력 좋은 노인, 우울증 증상 낮고 인지 기능 높아
노인 우울증은 대개 사회심리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발생한다. 치료도 이 두 요인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치료(사회심리적 요인)와 약물치료(생물학적 요인)가 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노인이 전자기기와 친한 경우 우울증 증상이 낮고 인지 기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노현웅 교수, 홍선화·남유진 연구 교수, 가천대 의대 홍재우 학생)은 2020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7,988명의 노인을 분석했다. 전체 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73세였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문해력이 우울 및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전통적으로는 컴퓨터 활용 능력을 의미했지만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모바일 기기 출현, 소셜 미디어 확장으로 컴퓨터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키오스크 등 모든 디지털 전자기기 활용 능력으로 개념이 확장됐다.
연구팀은 디지털 문해력을 4개의 범위로 나눠 분석했다. △소통(디지털 기기 이용 메시지를 주고받는 능력) △정보(디지털 기기 이용 정보 검색 능력) △미디어(디지털 기기 이용 음악 감상 및 영화 시청 능력) △전자금융(디지털 기기 이용 은행 업무 및 물품 구입 능력) 등이다.
그 결과, 전체 대상자 중 86%는 디지털 전자금융 활용 능력 부족, 70%는 디지털 소통 능력 부족, 63%는 디지털 정보 활용 능력 부족, 60%는 디지털 미디어 활용 능력 부족으로 각각 나타났다.
또한 다중회귀분석 결과, 디지털 문해력이 높을수록 우울은 감소하고 인지 기능은 높아졌다. 이는 나이, 성별, 교육, 결혼, 직업, 취미, 흡연, 만성질환의 수 등을 보정한 결과이다. 특히 매개효과 분석 결과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과 '디지털 전자금융 문해력'은 어르신의 우울을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인지 기능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노현웅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디지털 기기 활용이 어르신들의 우울을 줄이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또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의 경우 지나친 전자기기 사용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어르신들의 경우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통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개척자들(Frontiers in Psychiatry)'에 최근 게재됐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