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말하고 웃고.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하는 행동들이 꿈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심각한 질환 혹은 사고를 겪고 몸에 마비가 생기거나 뇌의 기능을 일부 잃은 환자들이다. ‘재활의학’은 각종 질병 및 사고로 인해 장애가 생긴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 시대, 재활의학에 분 변화의 바람
매년 세계 최저를 경신하는 출산율과 함께 초고령화 시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대한민국.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재활의학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의 재활의학은 물리치료에만 국한된 경향이 있었다. 초기에는 기초의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직관적 타당성과 의료인의 임상적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를 포함한 신체 구조에 대한 지식과 공학이 발달하면서 뇌를 직접 자극하고 로봇을 치료에 도입하는 등 좀 더 효과적으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재활의학이 적용되는 범위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척추나 사지의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졸중, 심근경색 등 중증 질환으로 인한 운동기능의 상실 등에 국한되었던 반면, 최근에는 치매나 암 등의 주요 질환에서도 재활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주요 질병 및 부위별 재활치료 방법
근골격계 재활
나이가 들수록 뼈의 질량과 밀도는 감소하고 근육은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뼈가 부러지기도 하고 관절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며, 근육이 경화되는 퇴행성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오십견, 골다공증, 추간판탈출증, 척추측만증 등이 있다. 젊은 층에서는 스포츠를 즐기거나 운동을 하다가 뼈와 근육에 손상을 입기도 한다. 특히 척추 내에 위치한 중추신경의 일부분인 척수가 손상되면 부위에 따라 감각, 운동신경 외에 방광과 대장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의 기능이 상실되기도 한다.
근골격계 재활치료는 약물치료, 주사 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보조기 등 외과적 처치를 제외한 모든 보존적 요법을 시행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치료’다. 근골격계에 문제가 생겨 움직임이 최소화되면 근 손실과 관절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 통증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운동 범위를 증가시키고, 관절 주변의 근력을 강화함으로써 근골격계 고유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심장 재활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며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까지 흐를 수 있도록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은 갑자기 멈추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단순히 심장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심장병으로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나타나는 ‘관상동맥 협착증’이 있다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해 주는 자체 혈관인 관상동맥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면 협심증이 일어나며, 혈액 공급 차단이 지속되면 심근경색증이 생긴다. 심근경색증이 생기면 심장근육의 일부가 망가지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바로 숨이 차고 힘들어지는 후유증이 남는다. 따라서 심장병으로 급성기를 넘긴 경우 약해진 심폐기능과 운동기능을 회복시켜야 하고, 심장병의 발생 위험인자를 관리해야 한다.
대한재활의학회에 따르면, 심장재활프로그램은 시기에 따라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제1기 심장 재활은 입원 기간 안전한 범위에서 운동과 퇴원 후 가정에서의 생활요령에 대한 교육 및 훈련으로 이루어진다. 제2기 심장 재활은 퇴원 후 8~12주간의 통원 치료 프로그램으로 더욱 높은 강도의 운동과 함께 위험인자 관리를 철저히 실천하도록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제3기 심장 재활에서는 향상된 심폐기능과 운동능력 및 위험인자 관리를 생활 속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감독한다.
뇌 재활
뇌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십조 개의 신경 연접으로 연결된 복잡한 신경회로다. 이러한 뇌에 이상이 생기면 다양한 후유증과 장애가 남을 수 있다. 뇌에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뇌에 손상이 생기고, 이에 따라 편측마비나 언어장애 및 의식장애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생기는 뇌졸중이 대표적이다.
뇌졸중의 재활치료는 크게 운동치료와 작업치료로 나눌 수 있다. 운동치료는 마비된 신체 부위의 감각 및 운동능력을 향상해 기능적 회복을 돕는 방법이다. 정상적인 근긴장과 자세,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유도하기도 하고, 근력 및 지구력 강화 운동, 보행 훈련을 시행한다. 또한 근육 기능의 퇴화를 막는 기능적 전기자극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작업치료는 뇌졸중으로 인해 손상된 기능을 회복시키며, 악화 방지 및 독립성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다. 상지 기능 증진 활동, 일상생활동작훈련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로봇을 이용한 인지 및 지각장애치료, 연하장애치료, 언어치료 등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치매에도 재활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의 약물치료 위주였지만, 경도의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 치매 환자의 재활치료는 기능 저하를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을 최대한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환자의 상태에 맞게 약물치료와 운동치료, 작업치료, 인지치료, 언어치료 등을 시행한다.
암 재활
2020년 암 발생자 수는 총 24만 7,000여 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추세와 더불어 기대수명이 늘면서 암 치료 중이나 치료 후 삶의 질에 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재활치료를 받은 진행성 암 환자에서 보행 등 신체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한 국내 첫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진행성 암이란 수술로 암을 제거하기가 어렵거나 암 전이로 인해 완치가 불가한 암의 진행 상태를 말한다.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삶의 질 유지 및 향상에 있어 재활치료가 중요한 치료 수단 중 하나로 꼽히는데,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그 효과를 확인한 것. 실제 연구 결과 암 환자들의 기능적 보행지수가 재활 전보다 평균 2.1에서 재활 후 평균 2.4점으로 향상됐고, 보행이 불가한 0점인 경우는 재활치료 이전 전체의 30.9%에서 재활치료 후 24.2%로 감소했다.
이처럼 암 환자는 재활의학적 치료가 중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미흡한 실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팀이 국내 진행성 암 환자를 조사한 결과 6.4%만이 재활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행성 암 환자의 경우에는 중등도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암 재활치료가 전반적인 신체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규명된 만큼, 재활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암 재활은 암 환자의 기능 보존 및 향상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치료를 진행한다. 방법은 암에 따라, 그리고 증상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유방암의 경우 어깨 통증이 있으면 재활 운동치료를, 림프부종이 나타났다면 부종 마사지와 압박 치료, 주사 요법을 진행한다. 폐암의 경우에는 호흡재활치료, 갑상선암의 경우에는 삼킴 장애를 개선하는 연하 재활 치료를 중점으로 두고 시행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