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해열진통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진통제 복용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태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근거가 속속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임상의, 역학 전문가, 독성학, 내분비학, 생식의학, 신경발달학 등 관련 과학자 13인이 참여한 해당 성명은 지난 9월 과학학술지 ‘네이처 리뷰 내분비학 저널(Nature Reviews Endocrin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태아 발달에 영향을 미쳐 신경발달장애, 생식기 및 비뇨기질환 등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태아 생식기에 영향 미쳐
지난 2018년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의 생식건강센터 연구팀은 시험관 실험과 동물시험을 통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이부프로펜 등 진통제를 사용하면 자녀의 생식 기능에 장기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논문의 공동저자 로드 미첼(Rod Mitchell)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 등 진통제는 난소와 고환에서 분비하는 프로스타글란딘에 작용해 태아의 생식 기능을 약화시킨다”며 “임산부는 진통제 사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이와 같이 아세트아미노펜이 생식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구는 29건 된다고 지적했다. 성명에 의하면 태아기간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됐던 남아는 고환이 비정상적 위치에 있는 잠복고환 위험이 높아지고 항문과 생식기 거리가 짧아진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정자수 및 생식력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발달장애와도 관련 있을 수 있어
성명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태아의 신경발달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26건이나 있다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의 앤 바우어(Ann Bauer) 교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언어 지연, IQ 감소, 행동 장애 등의 신경발달장애와 연관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병원(Johns Hopkins Hospital)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출산 여성 996명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임산부의 자녀에게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나타날 위험성이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신 중 진통제 필요하다면?
임산부는 진통제가 필요하다면 주치의와의 상담을 바탕으로 가능한 짧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 성명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을 2주 이내 단기간 사용하면 위험이 가장 낮았다.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시기와 기간이 태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게 확인될 때까지 임산부는 가능한 한 단기간에 최저 용량을 복용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성명 발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해열진통제가 태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어떻게 소아기의 부정적 예후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향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은 저자 13인을 포함해 호주, 브라질, 캐나다, 유럽, 이스라엘, 스코틀랜드, 영국, 미국 등 국가의 91명 과학자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았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