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축복하는 임신. 그러나, 임산부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엄마가 된다는 책임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곧 찾아오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러한 정신적 부담감이 임신 중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엄마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임신 중 우울증
임신 중 우울증은 산후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많은 엄마들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질환이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임산부 중 14~23%가 임신 중에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원인은 임신 전과는 크게 달라진 신체의 변화, 태아를 지키기 위해 분비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의 과다 분비 등이다. 대개 임신 6개월부터 시작되며, 2주 이상의 극심한 우울감이나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불안감, 자존감 결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임신 기간 중 모체가 우울증에 시달리면, 스트레스로 인해 변화된 호르몬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신체적·정서적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각종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우울 증세가 있던 산모는 산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3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중 우울증의 악영향이 단순히 임신 기간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임신 중 우울증이 출산 후 산모의 신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출산 후 2년 이내 심혈관질환 위험 높여
지난 21일 미국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를 통해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임신 기간에 우울증을 겪은 산모는 출산 후 심혈관질환을 겪게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는 2007~2019년 미국 메인 주(Maine State)에서 아이를 출산한 산모 약 1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진행됐다. 그 결과, 임신 중 우울증을 경험한 산모가 그렇지 않은 산모보다 출산 후 2년 이내 △허혈성 심질환 △부정맥(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질환) △심근병증(심장근육에 일차적으로 생기는 질환)에 걸릴 위험이 각각 83%, 60%, 61% 높았다. 연구진은 "우울증으로 인해 체내 염증반응과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의 분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해 심장이 크게 부담을 받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임신 중 우울증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허혈성 심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보내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호흡곤란과 30분 이상의 극심한 가슴 통증, 구토, 의식소실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대처가 늦으면 심장이 멈춰 사망에 이른다.
이후 연구진은 산모의 혈압이 임신으로 인해 상승했을 가능성도 고려해 임신 중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은 산모들을 선별한 후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임신 기간 동안의 정신건강이 산모의 신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임산부는 태아와 자신을 위해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하며, “출산 이후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운동과 식단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임산부의 흡연 여부와 전반적인 건강 상태, 나이 등의 조건을 비슷하게 맞춰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산부의 정신건강,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임산부가 우울증으로 고생해도 임신 기간에는 약물 사용이 자유롭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그러므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 그리기같이 마음의 안정을 주는 취미생활이나 가벼운 운동, 규칙적인 식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임신을 계획하거나 임신 중이라면 배우자 혹은 보호자와 함께 위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아래는 국민건강보험이 제공하는 임신 중 우울증 자기 진단법이다.
5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면 임신 우울증을 의심하고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1. 모든 것에 의욕이 없고 사람과의 만남이나 약속이 싫어진다.
2.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창피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3. 임신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직장 생활이나 학업을 포기해야 될까 봐 두렵다.
4. 왠지 임신 후부터 남편과 자신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5. 재미있는 일이 있거나 가만히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하다.
6. 남편을 볼 때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같이 너무 밉고 억울한 기분이 든다.
7. 진짜 아줌마가 되는 것 같아 억울한 기분이 든다.
8. 음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혐오감이 생겼다.
9. 밤잠을 자주 설치거나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
10. 매사에 의욕이 없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11. 이유 없이 자꾸만 눈물이 난다.
12. 자해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13. 무언가 잘못된 일이 일어날 경우 자기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게 된다.
14. 남들이 즐거워하는 재미있는 일을 겪어도 자신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