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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이제는 ‘소비기한’으로 결정하세요

작성일 23-01-17

"유통기한이 좀 지났는데 먹어도 될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던 고민이다. 케첩이나 마요네즈 같은 소스류는 물론 간장, 참기름 등의 양념류, 건강을 위해 사둔 음료들까지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이 수두룩. 너무 오래된 제품은 당연히 폐기처분이 정답이겠지만, 고민이 되는 건 하루 이틀 지난 식재료이다. 이러한 고민을 덜어줄 명쾌한 답이 생겼다.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소비기한'이다. 소비기한은 영업자 입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이 표기되는 제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이 표기되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된다ㅣ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으로 얻는 의외의 효과

 

식품에 표시되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바뀌었다. 지난 2021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이 개정,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식품에 표기되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전면 시행되는 것이다.1985년도에 도입된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가능한 기한을 말한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지났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은 먹어도 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유통기한'을 '소비기한' 즉 폐기 시점으로 오인해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버린 셈이다.

 

소비기한은 일반적으로 유통기한보다 20~50% 더 길다. 이를 알지 못한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폐기해 경제적 손실만 연간 5,30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기한 표시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식품 선택권이 더욱 확대될 뿐 아니라 섭취할 수 있는 음식 폐기 감소로 경제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소비기한으로 변경 시 가정 내 가공식품 폐기 감소(1.51%)로 연간 8,860억 원, 식품 산업체 제품의 반품·폐기 감소(0.04%)로 연간 260억 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 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또한 연간 165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10억 톤의 음식물이 낭비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나 차지한다. 소비기한 표기의 도입으로 식품 폐기가 줄어들면 경제적 효과 외에 지구 환경 보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식품 겉면에 표기된 날짜들… 세계의 추세는 무엇?

 

38년 만에 바뀌는 우리나라의 소비기한 도입은 세계적 추세에 비춰 보면 늦은 편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을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한 바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날짜는 신선한 식품을 구매하기 위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를 위해 국가나 기업에 따라 유통기한, 소비기한 등 다양한 날짜가 표기되고 있는데, △유통기한 △소비기한 △품질 유지 기한 △Often Good After가 있다.■ 유통기한(Expiry date)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과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으로, 현재 대부분의 식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 정도였으나,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를 도입했다.

 

■  소비기한(Use by)

소비기한은 표시된 조건에서 보관하면 소비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이며,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최종일'을 뜻한다. 영국,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가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품질 유지기한(Best before)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 품질 유지 기한(Best before)

품질 유지 기한은 식품 특성에 맞게 적절하게 보관할 경우, 해당 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이다. 기존에 한국은 모든 식품에 유통기한제를 시행하고 김치, 잼, 레토르트식품 등에 품질 유지 기한이나 유통기한을 선택적으로 표시했다. 품질 유지 기한은 제품의 안전이 아닌 품질을 위한 것으로 대부분의 식품이 품질 유지기한 이후에도 섭취가 가능하다.

 

■ Often Good After

소비기한 이후에도 소비에 적절한 상태를 가진 식품이 발생할 경우의 식품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 유럽에서는 'Often Good After' 날짜 표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Often Good After는 소비자가 소비기한 이후에도 직접 식품의 폐기 시기를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음식이 냄새와 맛, 상태가 좋다면 특정 날짜 이후에도 여전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상기시켜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유통기한 보다 긴 소비기한 그러나 지나면 꼭 폐기해야


권오상 식약처 처장은 “당분간 유통기한이 표시된 제품과 소비기한이 표시된 제품이 혼재되어 유통·판매된다”며 “날짜와 보관 방법을 철저히 확인하고,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은 섭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사실 그 동안 식품에 표시된 방법에 맞게 보관한다면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섭취 시 안전에는 이상이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 중 실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의 유효기한을 실험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난 뒤 액상 커피는 30일, 치즈는 70일, 식빵은 20일, 냉동만두는 25일까지 일반 세균과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안전에 문제없이 섭취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비기한은 다르다. 소비기한이나 유통기한은 모두 식품의 수명을 결정하는 방식이지만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섭취 가능한 시점’을 중심으로 결정되고, 유통기한은 영업자나 식품 판매업자가 제품을 유통·판매할 때 허용되는 시점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은 즉시 폐기하는 것이 좋다.

 

물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섭취 시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보관 방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일례로 우유를 구입한 뒤 실온에 보관하면 유통기한 내에 일반세균이 급속도로 증가해 부패기준을 초과했다.

이러한 보관 방법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냉장 보관하는 우유와 치즈 등의 유제품의 경우에는 2026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을 표시할 수 있도록 소비기한표시제 특례 조항이 만들어졌다. 유제품의 냉장 유통망인 '콜드체인'을 준비하여 유제품이 위생적인 관리와 품질 유지를 위해 냉장 보관 기준을 먼저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배포한 '식품유형별 소비기한 설정 보고서'에 따르면, 즉석조리식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소비기한 참고 값은 식약처가 23개 식품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수행한 결과에 따라 정한 잠정 소비기한이다. 우선 두부, 햄, 발효유, 어묵 등 23개 식품유형 80개 품목에 대한 소비기한 참고값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두부는 기존 유통기한 17일에서 23일로 36% 증가했으며, 햄은 38일에서 52% 늘어난 57일이다. 발효유 역시 74%가 증가한 32일로 책정됐다.

식품유형별 유통기한 및 소비기한ㅣ출처: 식품안전나라 누리집 소비기한안내서

소비기한 표시제는 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202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계도 기간으로 정했으며, 표시 방법은 기존 유통기한 표시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표기될 전망이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