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대한민국에서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심장 기능의 영구적인 정지를 사망으로 정의한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죽음을 묘사할 때, 모니터에 나타나는 심장박동이 정지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사망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심장이 멎으면 정말 사람이 죽은 것일까.
죽음의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심폐소생술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심장의 정지를 죽음의 시점으로 정의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다양한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심장 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하였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시점은, 단순히 심장이 멎은 순간이라고 칼로 자르듯이 결정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즉 "심장 기능의 영구적인 정지"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는 마치 사람이 굶어죽는 과정으로 비유한다면 이해하기가 쉽다. 사람이 굶으면 죽음에 이른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를 굶었다고 바로 죽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살만 빠지겠지만, 금식을 계속하면 점차 건강이 악화되다가 사망에 이른다.
인간의 장기가 죽어가는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장기에 공급되는 혈액순환은, 매일 섭취하는 음식에 비유할 수 있다. 심장이 단 1초도 쉬지 않고 힘차게 뛰면서 온 몸에 혈액을 순환시켜주기 때문에 모든 장기들은 살아있을 수 있다. 그런데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 하지 못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 몸의 모든 장기는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고 굶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이 되어야 장기가 죽게 될까.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가장 먼저 죽어가기 시작하는 장기는 바로 뇌이다. 뇌에 혈액공급이 중단되는 순간, 단 몇 초만 지나도 사람은 곧바로 의식을 잃는다.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 그 원인중에 하나로 일시적인 뇌 혈류 감소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의 대부분은 혈액 순환이 재개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이 회복된다. 하지만, 심장 기능이 정지되어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라면 의식이 돌아올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뇌손상이 진행되는데, 4분 이내로 혈액 공급이 회복된다면 가역적 뇌손상, 즉 완전 회복이 가능한 뇌손상만 발생한다. 하지만 4분 이상 경과하면 회복 불가능한 뇌손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즉 나중에 심장 기능이 회복되어 뇌에 다시 혈액이 공급된다 하더라도, 뇌에 장애가 발생한 채로 되돌아오게 되거나, 식물인간, 심지어는 뇌사에 다다르게 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많은 심폐소생술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수많은 심폐소생술 교육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4분이라는 말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 4분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심장이 멎는다고 바로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다. 심장이 멎으면 인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로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물 수 있도록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도 짧다. 4분 이내에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순간 그 사람 곁에 있는 누군가이다.
심장정지 생존사슬
심폐소생술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니다. 심정지를 유발할 질병은 고도로 전문화된 치료를 통해서만 치료될 수 있다. 여기서 "생존 사슬(Chain of Survival)" 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생존 사슬은 빠른 119 신고, 즉각적인 심폐소생술, 신속한 제세동기 사용, 병원에서의 고급심폐소생술 및 전문 치료, 심정지 후 치료 및 회복관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심장이 멎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이어달리기 경주와 같다. 일반인, 구급대원, 의사가 한 팀이 되어, 서로 바통을 넘겨주며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이 이어달리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각자 맡은 구간을 전력질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이어달리기의 맨 처음 주자가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일반인이다. 아무리 구급대원과 의사가 전력질주를 한다 하더라도, 맨 처음 주자인 일반인이 뛰지 않는다면, 심정지 환자는 살아날 수 없다.
그래서,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일반인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는, 생존률에서 무려 3배 가량의 차이가 난다. 이 정도 차이라면, 심정지 환자가 살아났을 때,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한 일반인이 살려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가슴을 힘차게 누르는 행위가 어떻게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인가. 그 답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에 모두 담겨 있다. 심장의 기능은 피를 펌프질해서 온몸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심장이 기능을 멈췄기 때문에 뇌와 같은 필수장기들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서, 수 분만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펌프질을 대신 해 주면 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심폐소생술이다. 심장 바로 위 흉골을 누름으로써, 심장이 간접적으로 눌리게 된다. 심장이 눌리면서 심장 안에 있던 혈액이 펌프질 되고, 뇌와 같은 핵심 장기에 혈액이 공급된다. 심장 그 자체도 심폐소생술을 통해서 혈액을 공급받는다. 그럼으로써, 환자가 병원에 도달할 때 까지, 최종적인 치료를 받을 때 까지, 이 환자의 뇌와 심장이 버텨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언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가
일반인이 심장이 멎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심폐소생협회의 권고사항은, 환자가 의식이 없고 호흡이 없으면 곧바로 119 신고 및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 이는 매우 단순화 된 지침이다. 과거에는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칠 때, 맥박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맥박확인 절차는 삭제된 상태이다. 왜냐하면 일반인이 맥박 확인을 통해 심정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인은 맥박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는데, 의료인 또한 맥박확인을 위해 10초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그만큼 정확한 심정지 판단은 어렵다는 뜻이며, 빠른 심폐소생술의 시작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대한민국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선한 사마리아인법'에 해당하는 법 조항, 즉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구조활동을 한 사람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이 있다. 그러므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이 의식과 호흡이 없다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심폐소생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며,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제공하는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서도 배워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kacpr9619) 다만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이 있는데, 환자가 침대 위에서 심정지가 발생했을 경우, 곧바로 딱딱한 바닥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침대 위에 누워있는 환자의 가슴을 압박한다 하더라도, 침대의 쿠션이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심장이 압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팔의 힘으로 가슴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체중을 이용해서 압박을 해야 하며, 팔은 체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체중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팔꿈치가 구부러져서는 안된다. 또한 속도도 빨라야 하며, 분당 100~120회, 즉 1초에 2회 정도의 빠르기로 압박해야 한다. 심폐소생술과 관련된 많은 교육들이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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