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신체 부위를 꼽으라면 아마도 손이 아닐까 싶다. 정형외과 의사인 나도 외래 진료 시간에는 끊임없이 컴퓨터 키보드를 이용하여 환자들의 외래 기록을 작성하고, 수술방에서는 양손으로 수술을 집도하며, 일과 이후에는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손을 이용하여 밀린 집안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틈틈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정보를 얻기도 하고, 지인들과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손은 엄청난 기술의 발전에도 유일하게 업무량이 줄지 않고 늘어난 불운(?)한 신체 부위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섬세한 일에서부터 고강도의 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일을 하고 있는 손에 아주 작은 상처라도 생기게 되면 환자들은 큰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런 많은 일을 하는 손에 특별히 다친 적도 없는데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의 통증이 생긴다면 어떨까? 그런 일은 본인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 진료실에서는 많은 환자가 손 저림 증상으로 인한 불편감으로 외래를 찾아오고 있다. “손바닥에 전기가 통하는 거 같아요”, “항상 장갑을 끼고 있는 것 같아요”, “칼로 베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등등 표현뿐만이 아니라 세부 부위, 증상의 정도 또한 다들 각양각색이다.
환자들의 표현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손 저림의 원인은 ‘손’에 국한되지 않고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원인을 찾는 것 또한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원인에 대하여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여러 연구 문헌에 근거하여 손 저림을 유발할 수 있는 흔한 원인 몇 가지에 대하여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원인은 손목에 존재하는 해부학적 구조인 수근관에 있는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정중신경이 눌림으로써 발생하는 손목 터널 증후군이다. 야간에 주로 증상이 발생하게 되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엄지, 검지, 중지, 약지에서 일부분 저린감, 화끈거림이 발생하며, 어떤 환자들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전보다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가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손바닥 쪽의 손목을 반대쪽의 손으로 두드려 앞서 언급한 손가락 부위에 이상 감각이나 통증이 유발되는지를 확인하는 신경 타진 검사가 있고, 1분간 손등을 서로 맞닿게 한 이후, 손목을 굴곡 하여 인위적으로 수근관의 공간을 좁게 한 이후, 통증과 이상 감각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수근 굴곡 검사가 있겠다.
두 번째 원인은 팔꿈치 내측에 존재하는 척골 신경이 주위 인대 또는 골극에 의해 눌렸을 때 발생하는 팔꿈치 터널 증후군(척골 신경병증)이다. 이 부위는 척골 신경이 가장 취약하게 피부와 인접하여 노출되어 있는 부위이다. 주로 팔꿈치 안쪽(내측) 부위의 통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며 약지, 소지의 저린감, 감각저하 또는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적인 증상이며, 그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손에 존재하는 내재근들의 위축 또한 동반될 수 있다. 자가 진단 방법으로는 팔꿈치 내측 부위를 두드려 보거나 직접적으로 압박해 보는 신경 타진 검사와 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에서 1분 이상 유지할 동안에 약지와 소지에 저린감이 발생하는 지를 확인하는 주관절 굴곡 유발 검사가 있을 수 있겠다.
세 번째는 목과 어깨 사이에 있는 제1 늑골과 쇄골, 견갑골이 이루는 공간에서 위팔얼기와 혈관이 눌려서 발생하는 흉곽 출구 증후군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의 원인과 비교하였을 때 해부학적인 차이점은 많은 신경이 한 번에 압박받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러 손가락 뿐만이 아니라 목, 어깨, 위팔, 아래팔 모두에 이상 감각 및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손의 쥐는 힘의 감소도 동반된다. 또 쇄골하 혈관들도 같이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상지의 부종 및 손의 냉감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여 그 원인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질환이다. 신체검사 방법으로는 심호흡 상태에서 목을 완전히 뒤로 젖히고 증상이 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리거나 양 어깨를 뒤쪽, 아래쪽으로 당기는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며, 증상이 있는 팔을 180도 올렸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네 번째 원인은 경추에서 발생한 관절염 및 경추 디스크 퇴행성 변화 및 탈출증 등에 의하여 경추 신경근이 눌리는 경추 신경병증이다. 의학적으로 맞는 용어는 아니지만 환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디스크로 불리는 질환이다. 증상은 몇 번 경추 신경근이 압박받는냐에 따라 다양한 부위에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경부 통증, 어깨 주위, 흉부, 손가락 등에 저린감, 감각저하, 근력 저하 및 신경 반사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목의 굴곡, 신전, 회전 등의 움직임에 따라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손 저림 증상은 정말 많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디 부위에 손 저림 증상이 발생하는지, 또 어떤 증상이 동반되어 있는지 등등 숙련된 의사에 의한 문진 및 신체검진이 필수적이며 이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는 실제 어떤 신경이 어디 부위에서 문제를 발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신경 생리 검사가 대표적이며, 이를 통하여 어떤 신경이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지를 확인한 이후에 어떤 해부학적 원인에 의하여 신경 압박 증상이 발생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단순 방사선 검사, 초음파, 자기공명영상 촬영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치료는 우선 증상이 경할 경우에는 환자와의 면밀한 면담을 통한 자세 교정 등을 포함한 생활 습관 교정과 약물치료, 물리치료 및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 차단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진단 당시 근 위축 등의 심한 증상을 호소하거나 이상 신경 징후를 보이는 경우, 또는 비수술적 치료에 호전을 보이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압박되는 신경에 대한 감압술 및 박리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으며 여러 연구에서 우수한 임상적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위와 같이 손 저림은 정말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으며 다양한 진단 및 치료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숙련된 정형외과 의사뿐만이 아니라 여러 과의 전문의들과 협의 진료가 가능한 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를 하는 것이 손 저림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무릎관절 질환 및 손상(인공관절 치환술, 관절 보존수술, 관절경 수술, 스포츠 손상), 외상, 수부 질환 및 미세재건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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