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먹은 음식이 내일의 기억을 지킬 수도... 뇌 노화 막는 식습관은|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나이가 들고, 깜빡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직 손상된 뇌세포를 되살릴 완벽한 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의 의학적 대응은 발병 자체를 막거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예방'에 있다.
그렇다면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경과 전문의들은 그 답이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바로 매일 마주하는 '식탁'이다. 뇌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와 혈당 수치, 그리고 체내 염증 반응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섭취해 온 특정 식재료나 잘못된 조리 방식은 뇌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노화 시계를 앞당길 수 있다. 반면, 올바른 식사는 뇌를 보호하는 방패막이 된다. 이에 최신 의학 연구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식사량 조절부터 뇌를 살리는 조리법, 그리고 식후 디저트 선택까지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식습관 전략을 살펴본다.
1. 식사량 조절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은 뇌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다. 섭취 칼로리를 줄이면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수면 무호흡증, 고혈압, 당뇨병 등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위험 인자들을 개선할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 케네스 S. 코식(Kenneth S. Kosik, MD) 박사는 건강 매체 ‘더 헬시(The Healthy)’를 통해 "일일 칼로리 섭취량을 30~50% 줄이면 신체의 대사율이 낮아져 뇌를 포함한 전신의 산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식사 시 작은 접시를 사용하거나 채소가 풍부한 샐러드와 수프로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칼로리 조절에 도움이 된다.
2. 하루 4회, 채소 섭취
채소의 꾸준한 섭취는 뇌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강력한 무기다. ‘시카고 건강 및 노화 프로젝트(Chicago Health and Aging Project)’에 참여한 65세 이상 3,71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해당 연구에서 6년간 식사 일지를 작성하고 주기적인 인지 능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하루 4회 이상 채소를 섭취한 그룹은 하루 1회 미만 섭취한 그룹에 비해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40%나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3. 향신료 활용
소금이나 버터 대신 향신료를 적극 활용하면 풍미뿐만 아니라 뇌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식물성 향신료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암, 관절염, 우울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카레의 주원료인 강황 속 '커큐민(Curcumin)' 성분에 주목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가 하루 두 번 티스푼 1/4 분량의 강황을 섭취했을 때 공복 혈당이 최대 29%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2형 당뇨병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므로, 혈당 관리는 곧 치매 예방과 직결된다.
4. 조리 전 고기 재우기
고기, 단백질, 설탕이 고열과 반응할 때 '최종당화산물(AGEs)'이라는 유해 화합물이 생성된다. 이는 베이컨, 소시지 같은 가공육이나 튀기고 구운 음식에서 높은 수치로 나타나며, 과다 섭취 시 뇌에 해로운 변화를 유발한다. 코식 박사는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조리 전 고기를 재워두는(Marinate) 습관"을 강조했다. 굽거나 볶기 전에 고기나 생선을 삶거나 데치거나 양념에 재워 수분을 충분히 머금게 하면,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침투하여 최종당화산물 생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5. 주 1회, '찬물 생선' 섭취
차가운 물에 사는 생선은 체온 유지를 위해 지방층을 발달시키는데, 이 지방이 바로 뇌 건강의 핵심인 오메가-3 지방산이다. 오메가-3는 체내 염증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81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생선을 섭취한 사람들은 생선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6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 견과류와 씨앗 섭취
출출할 때는 가공 식품 대신 견과류와 씨앗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견과류는 오메가-3뿐만 아니라 뇌 건강을 돕는 셀레늄과 비타민 E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특히 호두는 뇌 보호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연구에 따르면 호두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 녹차, 커피 마시기
녹차에 함유된 강력한 항산화제인 카테킨(Catechins)은 뇌를 포함한 전신의 산화 손상을 막아준다. 특히 녹차에 풍부한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성분은 쥐 실험에서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차를 즐겨 마시는 습관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커피 또한 적절히 섭취하면 뇌 건강에 이롭다. 커피에 포함된 '에이코사노일-5-하이드록시트립타미드(EHT)'라는 성분은 쥐 실험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진한 커피 한 잔 분량인 카페인 200mg은 인간의 기억 강화와 새로운 정보 암기를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늦은 오후의 카페인 섭취는 수면을 방해하여 뇌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아침이나 이른 오후에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8. 식후 디저트는 다크 초콜릿
식사 후 디저트로는 케이크 대신 다크 초콜릿이 추천된다. 대부분의 디저트는 혈당을 급격히 높여 산화 손상과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부추기지만, 다크 초콜릿은 예외다. 다크 초콜릿에는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보호 물질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s)가 풍부하다. 한 연구에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초콜릿 음료를 3개월간 하루 두 번 섭취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수십 년 더 젊은 사람들과 대등한 기억력 테스트 점수를 기록했다. 해당 연구는 초콜릿 섭취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 부위의 혈류를 개선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