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지며, 마치 통제력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온다면? 이는 단순한 긴장이 아닌 공황장애(panic disorder)의 주요 증상일 수 있다.
공황장애는 방송인 이경규, 김구라 등 유명인들이 겪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진 불안 장애의 한 유형이다. 실제 국내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공황장애 진료 인원은 약 20만 명으로 2017년보다 44.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진단율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공황장애를 일시적인 신체 질환이나 가벼운 불안으로 오해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 정승아 교수(중앙대학교병원)는 “공황장애를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다른 불안·우울 장애가 동반될 수 있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증상이 동반된 극도의 불안 증상을 보인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공황발작...40대 진료 가장 많아
공황장애는 반복적이며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공황발작(panic attack)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뚜렷한 외부 자극이나 위험 요인이 없음에도 갑작스럽게 강렬한 불안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주로 여성 환자의 비율이 더 높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에 첫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 환자 수는 40대가 가장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공황장애 진료 인원의 연령대별 구성비 중 40대가 약 2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50대와 30대 순이었다.
발병 원인은 기질적, 환경적, 유전적 요인으로 나뉜다. 정승아 교수는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기 쉬운 성향, 즉 부정적 정서성, 불안민감성(불안 증상이 해롭다고 믿는 경향), 위험 회피 성향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트레스나 외상 경험 등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정 교수는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첫 공황발작 이전에 강한 스트레스를 겪은 경우가 많고, 일부는 외상 사건을 경험한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 부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대인관계 갈등 등 현대인의 일상에서 접하는 지속적인 정신적 긴장 역시 발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유전적 요인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 공황장애 또는 다른 불안장애를 앓은 이력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질식감·공포감 등 동반… 응급 시 복식호흡이나 이완법 도움
공황발작은 보통 수 분 안에 증상이 최고조에 달하고, 20~30분 내 자연적으로 가라앉는 것이 특징이다.
발작 시에는 아래와 같은 13가지 신체적·인지적 증상 중 최소 4가지 이상이 나타난다.
△두근거림 △발한 △떨림 △질식감 △가슴압박감 △ 오심 △복부 불편감 △어지러움 △비현실감 △통제력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 △감각 이상 △오한
정승아 교수는 “공황장애 환자들은 이러한 발작이 반복될까 봐 지속적으로 걱정하는 예기불안을 많이 호소한다”라며, “‘자제력을 잃는다’, ‘미쳐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황발작은 외부 자극 없이 예고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특정 상황이나 장소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회피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이 반복되다 보면 환자 스스로도 극심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는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간단한 대처법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복식호흡이나 근육 이완법 등으로 호흡과 신체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공황발작은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된 상태로, 배로 숨을 쉬는 복식 호흡을 통해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몸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근육이완법은 근육을 일부러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것을 반복하는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뻣뻣해진 몸을 풀어주고 흥분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정 교수는 “주변인은 환자에게 침착하고 단호한 말투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호흡을 가다듬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증상이 심화되거나 통제가 어렵다면 즉시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CBT·약물치료 병행 시 치료 효과↑… 감별 진단도 중요
공황장애의 증상은 여러 신체 질환과 유사하게 나타나므로 갑상선 질환, 부정맥, 천식, COPD 등의 진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갑상선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한 경우 불안감이나 심계항진이 발생하며, 부정맥은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으로 인해 공황발작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정승아 교수는 “공황발작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이를 감별하기 위해 피 검사나 심장 검사 등의 진단이 필요할 수 있다”라며, “특히 45세 이후에 처음 발병하거나 의식 상실, 언어 장애, 기억 상실 등의 비전형적인 증상이 동반될 경우, 공황장애 외의 다른 신경학적 질환도 의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공황장애의 치료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정 교수는 “불안에 대한 왜곡된 인지와 회피 행동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핵심이며, 생물학적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라며 “이는 급성기 증상 조절뿐 아니라, 재발을 예방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황발작을 유발하는 비현실적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교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숨이 차니까 질식할지도 모른다”라는 식의 과도한 해석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고, 폐쇄된 공간이나 대중교통 등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해 회피 행동을 줄이는 방식이다.
약물치료의 목적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공황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약물치료로는 SSRI(specific-serotonin reuptake inhibitor)와 같은 항우울제 약물과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항 불안제 약물이 있다.
정 교수는 “일부 환자는 일회성으로 발병한 후 자연스럽게 회복되기도 한다”라며 “개인의 증상 강도, 기능 저하 정도, 선호도에 따라 치료 접근이 달라질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예후는 대체로 양호하다”라고 전했다.
방치 시 우울 장애로 이어질 수도...“조기 진단과 치료 이뤄져야”
공황장애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불안과 공황발작이 반복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일상 기능 저하, 회피 행동, 사회적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발작 중 겪는 강한 신체 증상은 심각한 질병으로 오해되기 쉽고, 주변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외로움도 환자에게는 큰 고통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으로는 불안장애나 우울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음주나 약물 남용의 위험도 커질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에서의 개입이 중요하다.
정승아 교수는 “공황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으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한 질환이다”라며 “증상이 있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