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9일은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협회 유럽연맹(EFCCA)에서 지정한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이다. 국내 다양한 기관 및 기업에서는 이날을 기념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응원하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베체트병 등을 통칭하는 질환명이다. 그중에서도 국내 ‘크론병’의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크론병 환자 수는 약 8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고, 그중 30대의 비율이 19.5%로 가장 높았다. 국가에서도 크론병을 희귀난치질환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크론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와 예방법까지 소화기내과 이홍섭 교수(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서나 발병하는 크론병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이면서도,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설사, 혈변, 복통 등이 있다. 그런데 '크론병'은 염증성 장질환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궤양성 대장염’과 주요 증상이 비슷해서 초기에는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두 질환은 염증의 발생 위치에서 차이를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의 점막에만 국한하여 염증이 발생하지만,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장의 점막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과는 달리 크론병의 염증은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할 수 있다. 대장은 가장 안쪽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의 4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홍섭 교수는 "유전적 요인, 장내 미생물 불균형, 면역체계 이상 반응,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환경적 요인 중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 항생제의 남용, 스트레스 등을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곳곳에 염증이 발생한 크론병 환자의 대장내시경 사진|출처: 질병관리청
완치 없는 크론병… 유형별 ‘맞춤형 치료 전략’ 세워야
안타깝지만 아직 크론병을 완전히 치료하는 치료법은 없다. 따라서 크론병은 증상이 없는 상태인 ‘관해’를 유지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둔다. 실제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잘 조절되면 큰 무리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이홍섭 교수는 “조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 증상 없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들도 많다"라고 설명한다.
같은 크론병이라도 병의 진행 유형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염증이 주요 증상인 ‘염증형’의 경우 비교적 약물 치료 효과가 높아서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활용한다. 반면 염증이 진행되면서 장이 좁아지는 형태의 ‘협착형’이나, 장과 다른 장기 사이에 비정상적인 구멍이 생기는 ‘누공형’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내시경적 확장술’을 통해 좁아진 통로를 넓히거나, 심한 경우 절제를 하기도 한다.
치료 예후도 모두 다르다. 이 교수는 “협착형과 누공형은 재발이 잦고 장기적인 관리와 수술 필요성이 높다”라며, “병의 진행 유형과 더불어 발병 위치도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이 교수는 “회장 말단부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 협착 가능성과 영양 결핍의 위험성이 높고, 대장에 발병하는 경우 대장암의 위험성이 높아 내시경 검사를 자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검사 소견 종합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
이처럼 크론병은 진행 유형도 다양하고, 다른 염증성 장질환과의 구분도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진단에는 대장내시경, 조직검사, 영상검사, 혈액검사 등이 활용되며, 다양한 검사 소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분되는 특징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종합적인 검사로도 각 질환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경과를 관찰하면서 특징이 명확해지기도 해서 단기간에 확정적으로 진단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분변이나 혈액 샘플을 활용한 ‘멀티오믹스(Multi-omics)’ 분석으로 더 정확하고 빠르게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멀티오믹스는 다양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진단 방식이다. 이홍섭 교수는 “멀티오믹스 분석법은 혈액, 대변, 조직 샘플 등 몸속의 여러 생물학적 정보를 모아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크론병의 원인과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진단법”이라며, “이 기술이 발전하면 앞으로 크론병의 조기 진단,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홍섭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월, 이 진단법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SCIE급 학술지(Journal of Pharmaceutical and Biomedical Analysis)에 발표한 바 있다.
장기적 치료 계획과 생활습관 개선… 흡연은 금물
크론병은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인 만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하지만 잘만 관리하면 충분히 안정된 일상을 보낼 수 있으므로, 꾸준한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습관에 있어서는 과도한 가공식품이나 고지방 식사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등 저지방 고단백의 식사를 추천한다. 특히, 증상이 심해지는 시기에는 더 철저한 식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이홍섭 교수는 “크론병 증상이 심해지는 활동기에는 ‘저 잔사 식이’를 유지하고, 증상이 줄어드는 관해기에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저 잔사 식이는 소화 후 대장에 남는 잔여물을 줄이는 식이요법으로, 섬유소와 지방 등을 제한하는 식단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이 교수는 “크론병은 흡연 시 악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금연은 필수”라며, “증상이 나아졌다고 약을 임의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 지시에 따라 복용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 심리 상담도 장기적인 치료에 도움이 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