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단순히 소화만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다. 장 속에는 우리 몸 전체 세포 수에 맞먹는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면역력과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쳐 ‘제2의 뇌’로 불린다. 장내 미생물 군은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으로 구성되며, 유익균과 유해균이 균형을 이룰 때 장 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장은 '제2의 뇌'로 불린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장내 미생물 군은 섬유질을 분해하고 영양소 흡수를 돕는 등 소화 작용에 관여할 뿐 아니라, 장 점막의 면역 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우리 몸의 면역 세포 중 약 70%가 장에 집중돼 있을 만큼, 장은 면역 기능의 중심이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 소화 불량, 만성 염증,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장내 미생물 군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조절을 통해 감정과 스트레스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유익균 중 하나인 락토바실러스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물질의 분비를 돕고, 미주신경을 통해 이 신호들이 뇌에 전달돼 정서 안정과 사회적 행동에 기여한다. 장 내 유익균이 감소하거나 병원성 미생물이 증가하면 불안감, 사회적 위축, 학습 능력 저하 등 정신 건강의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꾸준히 장 건강을 관리하면 신체와 정신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천해야 할 다섯 가지 핵심 관리법을 소개한다.
1. 화학적 유화제 피하기
유화제는 다양한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샐러드드레싱에는 기름과 물이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에는 질감과 식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가된다. 아몬드 음료 같은 우유 대체 음료에서는 여러 성분이 분리되지 않고 우유 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달걀 노른자 같은 자연 유래 유화 성분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화학적으로 가공된 유화제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해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제 저널 Microbiome에 실린 쓰촨대학교·조지아주립대학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가공식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유화제들이 장내 유익균의 밀도를 낮추고,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걀 노른자는 천연 유화제 역할을 할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따라서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는 △말토덱스트린 △카라기난 △폴리소르베이트-80 △카복시메틸셀룰로오스 등이 있는지 성분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이런 첨가물은 염증성 장 질환이나 대장암을 일으킬 위험성도 있다. 이런 성분을 확실하게 피하고 싶다면, 최대한 가공되지 않은 식재료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다양한 식물성 식품 섭취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생태계가 건강하듯, 장내 미생물 군도 균형 잡힌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필요하다. 장 속 미생물의 종류가 많을수록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며 서로를 보완해 건강에 더 이롭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먹기만 하면 건강에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하게’ 먹느냐는 점이다.
같은 채소를 반복해서 먹는 것보다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허브 등은 각각 다른 유익균의 먹이가 되므로, 매주 1~2가지씩 겹치지 않도록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식단에 반영하면 장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3. 인공 감미료 피하기
인공 감미료는 칼로리가 없어 설탕 대체재로 많이 쓰이지만, 장내 미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023년 국제 학술지 Nutrient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인공 감미료는 장내 유익균의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미생물 군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일부 감미료는 장 점막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염증성 반응이나 ‘장 누수(leaky gut)’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장 누수’란 장 점막이 약해져 독소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세균 등이 혈액 속으로 새어 나가는 현상이다.
따라서 설탕을 줄이려다 오히려 인공 감미료 섭취가 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제품 성분표에서 △사카린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네오탐 △어드밴탐 등의 성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이런 성분이 함유된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수크랄로스는 장내 유익균 수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사카린은 대사 기능 장애 및 당 대사 교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체 감미료는 장내 미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4. 프리바이오틱스 챙기기
유산균처럼 장에 좋은 균이 몸에 이롭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유익균이 제 역할을 하려면 먹이가 필요하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장내 미생물이 일꾼이라면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이 일꾼들이 활발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는 밥 같은 존재다. 프리바이오틱스가 부족하면 유익균의 활력이 떨어지고, 유해균이 더 활발해지면서 장내 미생물 군의 균형이 점차 나쁜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
따라서 프리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은 유산균 같은 유익균을 챙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주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는 △바나나 △아몬드 △마늘 △양파 △귀리 △콩류 △통밀 △아스파라거스 △보리 등이 있다. 매 끼니에 이런 식품을 조금씩이라도 포함하면 장내 유익균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장 환경도 더 튼튼해질 수 있다.
5. 발효 식품 섭취
발효 식품은 유산균이나 효모 같은 미생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며, 섭취 시 장에 직접 유익균을 공급할 수 있다. 꾸준히 먹으면 장내 유익균의 수를 늘리고 미생물 군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2021년 국제 학술지 Cell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발효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 유산균을 10주간 섭취한 사람들은 장내 유익균이 늘어나고, 약해졌던 장 점막이 회복되었으며, 장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도 줄어드는 변화를 보였다. 이 유산균은 김치, 된장 같은 발효 식품에 들어 있는 균주로, 꾸준히 섭취하면 장내 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면역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