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면서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시기가 찾아왔다. 이 때문에 발열이나 오한, 두통 등 몸살 기운이 느껴질 수 있는데, 만약 야외활동을 즐긴 후 발진과 함께 증세가 나타난다면 쯔쯔가무시증(Scrub Typhus)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열어놓는 것이 좋겠다. 추워진 날씨에 쯔쯔가무시증의 주요 매개체인 털진드기 발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쯔쯔가무시증은 피부 질환의 일종이지만, 방치할 경우 심장질환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예방과 치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전체 쯔쯔가무시증 중 80%는 가을철에 발생…털진드기가 매개
쯔쯔가무시증이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을 보균한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을 물면서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 질환이다. 털진드기는 주로 숲과 초원 등에 서식하며, 잔디밭이나 골프장, 공원과 같이 식물이 적고 건조하면서 우리 삶에 밀접한 장소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지난 3년간(2021~2023년)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주요 진드기 매개 감염병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연간 6,000명 내외의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보고된 환자의 80%가량은 가을철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8도 이하의 기온에서 털진드기의 개체 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10~15도에서 활동이 가장 왕성해지다가, 10도 미만으로 떨어질 때부터 감소하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기별로는 40주부터 42주 차(9월 말~10월 초)에 털진드기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쯔쯔가무시증 환자는 43주부터 47주 차(10월 중순~11월 중순)까지 큰 폭으로 증가한다.
감염 10일 이내 가피·발열·오한 등 동반…합병증 발생 전 치료받아야
균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평균적으로 약 10일 이내에 ‘가피’라고 불리는 검은 딱지가 생긴다. 또한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 △결막 출혈 △림프절 부종 등의 증상이 흔하게 동반돼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발열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신체의 장기가 약해지고, 패혈증, 뇌수막염, 난청, 이명 등의 합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0.1~0.3%에 불과한 쯔쯔가무시증의 치명률이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기저질환자에서는 30%까지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쯔쯔가무시증에 걸리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로는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항생제를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투여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2일 이내에도 증상의 호전이 가능하다.
쯔쯔가무시증이 심장질환 발생 위험도 높여
쯔쯔가무시증이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9년 을지대학교와 을지대병원 공동연구팀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간 쯔쯔가무시증을 진단받은 환자 23만 만 3,473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환자 중 2,402명에서 기존에 없던 심방세동이 새롭게 발생했다.
게다가 심방세동을 앓게 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급성심부전이 발생할 확률이 4.1배, 허혈성 심장질환은 1.9배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감염 이후 3개월 이내에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도 각각 2.4배와 13.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에는 식물 접촉 최소화가 최선…진단 어려운 경우도 있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털진드기를 접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풀밭에 앉거나 눕기, 유행기에 숲을 방문하는 행위, 진드기 서식 가능 지역에 빨래를 너는 행위 등을 자중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한다.
불가피하게 풀밭에 접촉해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긴 소매 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고, 옷 밖으로 노출된 피부에는 진드기 기피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귀가 후에는 곧바로 입었던 옷을 세탁하고 깨끗이 샤워를 해야 한다.
야외활동 중 펄메트린(permethrin), 벤질벤조산(benzylbenzoate)과 같이 진드기의 접근을 막는 화학약품을 의복에 발라 스며들게 하거나, 털진드기가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식물 등에 잔류성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쯔쯔가무시증은 가을철 열성질환인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과 발병 시기 및 임상증상이 비슷해 빠르게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코로나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쯔쯔가무시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쯔쯔가무시증에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하되, 야외활동을 하고 며칠이 지난 후 특징적인 증상이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질병관리청은 “감염 초기에 항생제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기에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며, 야외활동 후 진드기에 물린 자국(가피)이 관찰되고, 10일 이내 발열·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면 쯔쯔가무시증을 의심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