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에 무의식적으로 말을 하는 ‘잠꼬대’는 코골이나 이갈이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수면 습관 중 하나다. 그런 만큼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한 질환의 증상으로 잠꼬대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잠꼬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릴 때 나타났다 사라지는 잠꼬대, 성인기에 있다면 수면장애 확인
잠꼬대는 일반적으로 어릴 때 갖는 수면 습관 중 하나다.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 있는 어린이는 얕은 수면에 해당하는 렘수면의 주기가 성인보다 짧고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잠꼬대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3~10세 사이 어린이들의 절반가량이 습관적으로 잠꼬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개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편이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보이는 잠꼬대는 잠든 지 2시간 이내에 낮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는 깨워도 쉽게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난 후에 잠꼬대를 한 것을 기억하냐고 물어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가끔 잠꼬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피로가 심하게 누적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뇌와 몸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느라 깊이 잠들지 못해 잠꼬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시적인 잠꼬대는 스트레스 상황이 개선되고 피로가 풀리면 금세 사라지는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스트레스가 해결이 되었음에도 잠꼬대가 지속된다면 몽유병(수면 보행증)이나 수면 무호흡증 등의 수면장애가 동반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몽유병이 있으면 뇌는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몸은 깨어나 꿈의 내용을 말하기도 하고,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깊게 잠들지 못하고 뇌가 부분적으로 깨어나면서 잠꼬대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스스로 수면장애 여부를 점검하기 힘들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보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잠꼬대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소리 지르고 몸 움직이는 잠꼬대, 신경퇴행성 질환 주의
간혹 고령층에서 잠꼬대를 할 때마다 욕을 하거나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렘수면 행동장애(RBD)’라고 한다.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는 동안 근육이 완전히 이완되지 않아 꿈에서 경험하는 행동을 실제로 수행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경우라면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경퇴행성 질환이 찾아오면 운동 기능뿐만 아니라 수면 중의 신경 기능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영역인 ‘뇌간’의 신경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수면 중 운동 조절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심한 잠꼬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잠꼬대는 잠든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새벽 시간대에 종종 발생하며,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것 외에도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팔다리를 과하게 휘젓는 증상이 동반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수면 중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라면 당장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파킨슨병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1개국의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연간 약 6.3%의 환자가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게 되었으며, 12년 후에는 무려 73.5%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된 것으로 확인된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파킨슨병으로 이행되기 전, 렘수면 행동장애를 줄이는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를 완전히 치료하기는 아직까지 어렵고, 약물을 계속 복용하면서 증상이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증상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게 된다. 단순히 소리를 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기까지 하는 만큼, 환자나 가족이 수면 중에 다치지 않도록 안전을 지키는 데에도 중요하다.
수면의 질 높이고 침실 안전 확보해야
이렇게 잠꼬대의 원인 질환 여부를 확인했다면 그에 맞는 치료를 적절히 받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평소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매일 같은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습관을 길러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해야 하며, 잠들기 전에는 커피나 술 등 신경을 자극하는 음식물의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잠을 잘 때는 주변의 조명을 완전히 끄고, 소음이 없는 조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몸에 맞는 편안한 침구를 사용해 깊이 잠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잠꼬대와 더불어 몽유병과 같은 수면장애가 있거나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는 경우라면 수면 중 안전 확보도 중요하다. 의식이 완전히 깨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만큼 주변의 물건에 세게 부딪히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 침실에 있는 날카로운 물건은 가능한 멀리 치워 두고, 침대 주변에 부드러운 매트를 깔아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침대 대신 낮은 매트리스만 놓거나 이불을 깔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