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호남 최대 규모의 성가롤로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입니다. 제가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지인들이 그곳은 뭘 하는 곳이냐고 다들 묻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의 근무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압산소치료란 현재 우리의 생활권인 대기압(1기압)보다 높은 2~4기압의 가압 공간(챔버)에서 100%(공기 내 산소농도는 약 21%)의 순수 산소를 마심으로써 전신에 산소가 공급되어 다양한 질환을 회복해 주는 치료입니다.
일반인과 의료진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는 고대의 잠수 의학에서 기원한 역사가 깊은 치료법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대 연탄이 가정용 연료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연탄가스중독에 고압산소치료가 많이 쓰였다가 연탄 사용의 급감으로 2000년대 이후 사라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2018년 12월, 수능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강릉의 펜션에 놀러 갔다가 펜션의 난방용 가스보일러와 배기구의 결손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학생들에게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하면서 다시 고압산소치료의 필요성이 부각되며 고압챔버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게 되었습니다.
고압산소치료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물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물리학의 많은 법칙 중 헨리의 법칙(온도가 일정할 때 기체의 용해도는 기체의 부분압에 비례한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법칙에 의해 챔버 내 압력이 높아질수록 혈액 속에 용해성 산소농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원리를 통해 고압산소 치료의 일차적인 기전은 고압, 고농도 산소공급이고, 이차적인 기전은 부종 감소, 항염증 반응, 신생 혈관 생성이 있으며 이는 축적되며 더 큰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런 기전들을 통해 현재 본 센터에서 가장 많이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질병 세 가지는 첫 번째로 돌발성난청, 두 번째로 일산화탄소중독, 세 번째로는 당뇨발(DM foot)입니다.
아래는 질병별 고압산소치료에 따른 효과를 나열하였습니다.
1. 돌발성난청(이비인후과 스테로이드 치료 병행)
2. 일산화탄소중독
<Carboxy Hb(일산화탄소와 결합된 Hb)의 고압산소치료 전후 수치 차이>
3. 상처 회복
<고압산소치료를 통한 상처 회복>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현재 많은 분이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빠른 회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압산소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의사의 진료를 통해 첫 진료 시 흉부 x-ray, 심전도, 혈액검사를 확인합니다. 특히 흉부 x-ray는 필수 검사인데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흉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챔버 내 감압 구간에서 기흉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폐쇄공포증, 녹내장, 체내 자동제세동기, 심박조율기 등 고압에서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 기계를 삽입한 경우에는 치료가 제한됩니다. 치료가 제한되는 사항은 본 센터 의료진들이 고압산소치료 전 꼼꼼히 확인합니다.
치료는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소요되며, 환자분들은 개인별 고압산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극장 의자와 같은 의자에 앉아 챔버 안에 설치된 TV를 보면서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 센터의 강점은 중환자도 치료할 수 있도록 고압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환자 모니터기와 인공호흡기가 구비된 점과 suction이 가능하고 의료지원창(응급 시 내 외부 전달 통로)을 통해 내부 의료진이 외부에서 약물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치료를 하기 전에 병동과 중환자실 간호사 및 환자분들은 무엇을 준비하면 될지 이유와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의료진 준비 사항】
1. 다인용
- 수액백 OK!, 수액병 NO!(감압 시 수액병은 압력 상승으로 인해 수액이 새어 나옴)
- routine BST check(치료 중 저혈당 예방을 위해 BST check)
- infusion pump No!, Dosi-flow OK! (가압 환경에서 기기 폭발 위험)
2. 일인용
- 수액 No!, heparin cap OK!(일인용은 공간이 좁아 수액을 걸 수 없음)
【환자 준비 사항】
1. 휴대전화, 담배, 라이터, 배터리 등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는 물품은 반입금지입니다.
(고압,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더욱 위험)
2. 되도록 면 소재의 옷을 착용해 주세요.
(정전기로 인한 위험 예방)
3. 치료 전 화장실 다녀와 주세요.
(치료가 시작되면 치료를 종료하지 않는 한 압력 차이로 인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4. 치료 시간을 되도록 지켜주세요
(다인용의 경우 최대 12명이 동시에 치료를 하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유의해 주세요)
5. 압력 평형법을 연습해 주세요.
(우리 귀의 고막은 대기압에서 생활하던 압력에 맞춰있는 상태로, 챔버 내 가압이 시작되면 압력이 올라가면서 고막을 누르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분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귀가 먹먹하다가 심해지면 통증을 느낍니다. 그래서 압력 평형법(발살바법 : 코를 잡고 입을 다문 채로 배에 힘을 줘서 코로 ‘흥’하는 동작을 통해 귀 안의 압력을 고압과 맞춰주는 방법)이 가압 시에 필요합니다. 이는 내부 의료진이 도와드리니 환자분들은 교육에 잘 따라주시면 됩니다)
병원 직원분들도 많이 궁금해하시는 고압산소치료센터!
물론 고압 환경에서 경환자나 중환자를 간호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야간 또는 새벽에 번개탄 또는 화재 사고로 인해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환자들을 치료하며 누군가에게는 꼭 살아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회복 후에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시는 것을 볼 때면 본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음에 뿌듯함을 느끼고, 또한 본 센터가 우리 지역에 있어서 지역 주민들이 가까이에서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함을 느낍니다.
2020년 6월에 개소한 본 센터는 현재 든든한 형제애가 돋보이는 김재혁 권역응급의료센터장님과 노종갑 응급의학과장님의 2인 진료로 외래시간뿐만 아니라 응급환자를 위해서는 24시간 365일 연중무휴 치료를 하고 있으며 치료 건수 7,000례를 돌파하였습니다.
응급의학과 과장님들의 진료로 앞으로 더 다양한 질환에서 고압산소치료를 환자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큰 사명감을 가지고 안전하게 환자분들을 치료하여 회복을 돕겠습니다.
문의 : 고압산소치료센터 061-720-6041
작성 : 성가롤로병원 응급간호팀 류연경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