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최근 ‘새로운 위기에는 신속하게, 일상 속 위험에는 탄탄하게’를 주제로 2024년 주요 정책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상시감염병 위험요인을 퇴치하기 위해, C형 간염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C형 간염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병률이 높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C형 간염이란 어떤 질환이기에 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일까?
출처:클립아트코리아
C형 간염, 증상 없어 진단도 늦어…방치하면 간암까지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에 감염되어 간에 염증이 발생하고 간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C형 간염이 제3급 법정감염병으로 등록돼 있어, 감염이 확인되면 24시간 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통계에 의하면 C형 간염 환자 수는 2020년 1만 1,849명에서 2021년 1만 115명, 2022년 8,308명, 2023년 7,225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C형 간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실제 추정되는 감염자 수에 비해 검사 수가 적어서 환자 수도 줄어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간염을 국가건강검진 항목으로 지정해 조기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 등의 체액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과거에는 수혈을 통한 감염이 많았는데, 1991년 이후로 모든 헌혈 혈액에 대해 C형 간염 선별검사를 도입하면서 감염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외에 혈액이 섞일 수 있는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피어싱, 문신 등의 시술 과정에서 소독되지 않은 침 사용 등으로 인해 전염될 수 있다.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 환자의 혈액이 묻을 수 있는 기구를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로감, 열감, 근육통 등의 감기 증상과 소화불량, 황달 등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를 급성 C형 간염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감염자에서 별도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바이러스 감염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자연 치유 가능성은 15~20% 정도로 낮은 데다, 방치하면 만성 간염과 간경변증, 간암 등 만성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대한간암학회와 국립암센터가 발간한 ‘2022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간세포암종으로 진단된 환자들의 10.7%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간경변증 또는 진행된 간섬유화증이 동반된 만성 C형 간염 환자는 간세포암종의 연간 발생률이 1.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감시검사가 필요한 간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간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40대 이상부터는 선제적인 검사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C형 간염,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 가능…재감염 피하려면?
C형 간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받고 바이러스를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다. 진단을 통해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8~12주 정도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처방에 맞게 복용하기만 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완치되는 편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분당서울대병원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C형 간염 환자 2,054명을 약 4년간 추적해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환자들은 약 95.3%의 완치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완치된 환자의 간암 위험은 59% 감소했고, 간 관련으로 사망할 위험은 74%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합병증을 동반한 간경변증의 발생 위험 역시 치료군에서 90%가량 낮았다.
다만,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 백신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완치하더라도 재감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피부와 점막에 상처를 낼 수 있는 면도기나 손톱깎이 등의 도구는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피어싱이나 문신 등을 받을 경우 비위생적인 시술 환경을 피하는 것이 현재까지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아울러 알코올은 간 기능을 악화시키고 간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으며, 담배 속 발암물질은 간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금주와 금연이 필수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