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게으름의 상징이었던 낮잠.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낮잠의 장점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건강과 일과의 효율을 위해서는 낮잠이 필수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적절한 양의 낮잠은 건강에 도움을 준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낮잠의 효과, 피로 해결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신체에는 뇌 신진대사의 부산물인 아데노신이 쌓이기 시작한다. 아데노신이 일정 이상 쌓이면 졸음과 피로가 몰려오는데, 잠깐의 낮잠은 아데노신 수치를 줄이고 에너지를 증가시켜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힘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국의 유명 수면 생리학 전문가 가이 메도우스(Guy meadows) 박사는 "하루 10~20분 정도의 낮잠은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며 집중력이 높아져 실수할 위험이 줄어들고 업무 효율이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미국 항공 우주국(NASA)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이 승무원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하루 20분의 규칙적인 낮잠을 허락하고, 대조 그룹에게는 평소처럼 근무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 그룹이 대조 그룹보다 업무 집중력, 수행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뇌인지과학과 사라 매드닉(Sara Mednick) 교수는 "주기적인 낮잠은 삶을 바꿔준다"라고 주장한다. 사라 매드닉 교수는 "하루 90분 가량의 낮잠은 기억력을 개선하고 창의성 등 다른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독일 자를란트 대학(Saarland University) 연구진은 하루 45분의 낮잠을 자면 기억력이 5배 이상 향상된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진은 낮잠을 자면 기억력을 강화하는 뇌파인 수명방추 활동이 활발해지며, 낮잠을 자는 동안 뇌가 새롭게 배운 정보를 저장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2014년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교(Baylor University) 연구진도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공개하며"하루 90분 정도의 낮잠은 청소년 기억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있다"라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 예방과 뇌 건강에도 좋아
낮잠이 주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9년 스위스 로잔 대학교(University of Lausanne) 연구진은 일주일에 1~2회 낮잠을 자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게 떨어진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는 스위스에 거주하는 35~75세 성인 3,462명의 낮잠 패턴 등을 수집하고 약 5년 동안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낮잠을 자는 사람은 낮잠을 전혀 안 자는 사람보다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증 등 주요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48%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진은 "낮잠이 어떻게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줄이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기존의 연구 사례를 살펴보면 낮잠이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낮잠은 노화에 따른 뇌 수축을 늦추고, 인지기능과 뇌 건강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지난 6월 19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의대 빅토리아 가필드(Victoria Garfield)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주기적인 낮잠이 뇌 수축을 억제하며 뇌의 부피를 확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수면건강(Sleep Health)'에 게재된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습관적인 낮잠을 자는 사람은 같은 연령대의 낮잠을 안 자는 사람보다 전체적인 뇌의 부피가 컸으며, 2.6~6.5년가량 더 젊은 사람의 뇌와 부피가 비슷했다. 사람의 뇌는 노화와 함께 부피가 줄어들며 인지기능이 함께 감소한다. 연구를 주도했던 빅토리아 가필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정기적인 낮잠이 뇌 수축을 예방하고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과유불급, 90분 이상 넘어가면 오히려 '독'
낮잠이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너무 오래 낮잠을 자며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임상의학과 라즈 다스굽타(Raj Dasgupta) 교수는 “적절한 양의 낮잠은 분명 건강에 좋지만 두 시간을 넘어가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낮잠에 대해서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낮잠은 오후 2시 이전에 15~20분 정도 자는 게 제일 이상적이며, 90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만성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가진 환자는 낮잠이 수면패턴을 방해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