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태어난 후 거의 누워서만 생활한다. 한 방향으로 오래 눕혀 놓게 되면, 뒤통수나 옆면이 납작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아이의 머리 모양이 동그랗지 않은 것을 본 부모들은 아이를 좌우로 돌려가며 재운다. 아이에게 '예쁜 두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보통 두상 한쪽이 납작한 상태를 '사두증'이라고 하는데, 사두증 치료법 중 하나인 '두상 교정 헬멧'을 아이에게 씌우기도 한다. 하지만 '예쁜 두상'만을 위해 무작정 '두상 교정 헬멧'을 씌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납작 머리 우리 아이, 알고 보니 사두증
두상 교정 헬멧은 자세성 사두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치료법이다. 자세성 사두증이란 두개골이 비뚤어져 납작해진 것을 말한다. 아이의 머리뼈는 성인과 다르게 단단하지 않아서 모양이 쉽게 변형된다. 머리뼈가 한쪽으로만 눌려 비대칭이 된 것을 사두증이라고 하고, 뒤통수가 전체적으로 납작해지는 것을 단두증이라고 한다.
사두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좌우 길이 차이가 6~10mm인 경우 치료를 권장하고, 단두증의 경우 두상의 비율을 계산하여 85~90%인 경우 치료를 권장한다.
사두증은 두개골 봉합선의 조기 유합에 의해 발생하는 두개골유합증(선천성)과 외부의 힘에 의해 발생하는 자세성 사두증(후천성)으로 나눌 수 있다. 아이의 머리 모양을 보고도 구분할 수 있는데, 두개골유합증은 아이의 두개골에 있는 봉합선 중 일부가 일찍 닫히게 되면서 다른 부분의 뼈 성장이 보상적으로 커지는 형태다. 자세성 사두증은 두개골 봉합선에는 이상이 없으나 출산 당시 자궁의 압력이나 수면 자세 등에 의해서 머리 모양이 비대칭적인 형태를 보인다.
선천성 사두증을 방치하게 되면 두개골 내 압력이 높아지거나 대칭적인 발달을 방해하기도 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자세성 사두증은 얼굴의 비대칭을 동반하기 때문에 미용적인 측면 외에 귀의 위치 차이, 얼굴의 비대칭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아이들은 만 2살까지 두상이 변화할 수 있어 교정 치료를 할 경우 생후 3~18개월 내에 진행하는 게 좋다. 최적의 치료기인 생후 3~8개월 이후로는 두개골이 단단해져 효과가 떨어진다.
똑바로 눕히기, 짱구 베개가 사두증에 효과적이라고?
부모들은 납작해진 아이 머리를 보며, 머리 모양을 교정하거나 예쁜 두상을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헬멧을 씌워 교정하고자 한다. 일명 '짱구 베개'라고 불리는 두상 교정 베개를 사용하기도 하고, 똑바로 눕히는 등의 방법 등을 쓴다. 과연 이 방법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일까?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교실 정규진, 김용하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사두증의 경우 1992년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 유아돌연사 예방을 위한 '똑바로 눕혀서 키우기 운동(back to sleep)' 캠페인 이후 급격히 후두부 기형의 발생이 증가하여, 캠페인 후 60명당 1명으로 5배 정도 발생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질식, 돌연사의 위험이 있으므로 영아에게 '짱구 베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이 베개의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두증은 유아가 자라면서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두개골 변형이 우려되는 상황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짱구 베개'를 사용할 경우 두개골 변형에 대해 인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료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짱구 베개'는 아기의 머리가 들어가도록 뒤통수가 닿는 부분이 동그랗게 파여 있거나 구멍을 뚫어 놓은 베개다.
미국 국립보건원(NH)과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영유아에게 안전한 수면 환경은 편평한 바닥의 매트리스나 이불 위라고 발표했다. 베개나 장난감 혹은 부드러운 물체나 침구 대신 경사가 없는 매트리스나 이불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두상 교정 헬멧’이 무조건 정답은 아냐…
‘예쁜 두상’ 쫓다 치명 질환 놓칠 수도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자료에 따르면, 사두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2016년 3,968명에서 2020년 6,538명으로 4년 만에 약 2배가량 늘어났다.
사두증 치료에는 위치조정, 물리치료, 두상교정헬멧(두상보조기), 수술 등이 있다. 이들 치료방법 중 두상 교정 헬멧은 1970년대 말부터 시행된 치료법이며, 하루 20~23시간가량 맞춤형 헬멧을 착용한다. 헬멧 사용 후 2~3주마다 영유아의 머리 모양에 대한 경과를 관찰하며, 헬멧의 착용 시간과 머리 모양 등을 수정한다. 치료는 대략 5~6개월 정도 걸리는데, 매번 진료를 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무분별한 교정 치료가 왕왕 시행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재활의학과 정수진 교수는 "두상 교정은 반드시 전문의로부터 두상 변형의 다른 원인이 있는지, 동반 질환은 없는지 확인 후 치료받아야 한다"라며 “두상 교정 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해 생긴 사두증과 단두증이 대부분인데, 일부 두상 비대칭은 두개골조기유합증, 선천성 근성 사경, 발달 장애, 두혈종 같은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상 교정 치료 전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두개골조기유합종은 출생아 2,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두개골을 이루는 뼈들이 너무 일찍, 불완전하게 닫히면서 비정상적인 머리 모양을 만든다. 머리가 일찍 봉합되면 두개골 내 압력이 높아져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선천성 사경이 있는 아동의 20~64%에서 사두증이 발생한다.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어른이 될 때까지 사두증 및 얼굴 변형 정도가 점점 심해지므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두상 교정 치료 등 진료를 받지 않고 교정 치료를 할 경우, 사경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발달 장애로 뒤집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사두증 치료를 위해 무거운 헬멧을 씌우면 발달을 더 느리게 할 수 있다. 또한 출생 시 머리에 두혈종(피주머니)이 생긴 아이와 미숙아도 사두증 발생 비율이 높은데, 혈종 흡수 정도나 교정 연령 등을 고려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정수진 교수는 "사두증이나 단두증이 심한 경우 다운증후군이나 자폐, 뇌성마비, 중도의 인지장애 등 신경 발달성 질환이 동반될 때가 있는데, 소아재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따라야 하며, 아이 상태에 따라 두상 교정치료 대상이 되는지도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기들의 두상은 천차만별이며 성장 및 발달 속도 역시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꼭 의사가 처방하여 맞춤 제작한 제품을 쓰는 게 안전하다.
수시로 머리 방향 바꾸기 가장 중요하고 간단한 예방법
사두증은 아기 자존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다. 물론 사두증은 신생아가 점차 성장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치료가 되지 않으면 미관상 좋지 않고, 안면 비대칭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게 필요하다.
아기를 등에 업어 재울 때에는 머리 방향을 바꿔주는 게 좋다. 아기가 잘 때 왼쪽으로 고개를 하고 잔다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주는 게 좋다. 즉, 아이의 머리 방향을 자주 바꿔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 간단한 예방법이다. 수유할 때나 아기가 잘 때 고개 방향을 잘 바꿔주거나, 아이가 깨어 있는 동안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의 위치를 수시로 바꿔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기의 목 근육이 발달하면, 아기 배가 바닥에 닿도록 엎드려 눕는 연습을 하고 100일 후에는 엎드린 자세로 최소 30분씩 하루 3회 정도로 천천히 늘려주면 좋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