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9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한센병의 날’이다. 한센병은 과거에 차별적인 의미를 지닌 '나병'이나 '문둥병'으로 불렸던 만성감염병이다. 한센병균(나균)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상기도나 상처가 있는 피부를 통해 균이 침입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체내로 들어온 한센병균이 말초신경으로 침범하면 온도와 고통을 느끼는 감각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상처나 화상을 크게 입기 쉽다. 균이 피부에 침범하면 전신의 피부에 염증과 궤양이 생긴다. 균이 코점막에 침범하면 코막힘과 출혈이, 눈에 침범하면 홍채염, 각막염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과거의 한센병 환자는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시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코나 손, 발을 상실한 환자도 많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센병균에 새롭게 감염된 환자는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40만 594명이다. 전체 환자의 66.5%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2008년 이후 신환자 발생이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밝혔다. 구체적으로 2008년에 7명, 2012년 5명, 2018년 6명, 2022년 2명의 신환자가 보고됐다.
국내 한센병 신환자 발생률은 1만 명당 0.02명으로, 선진국에 부합하는 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남아 지역 등으로부터 유입된 외국인 신환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신환자 5명 중 내국인이 2명, 외국인이 3명이다. 지난해 발생한 신환자 2명 모두 외국인이다.
질병관리청은 한센병 종식을 위해서 외국인 신환자의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보고, 외국인 대상 한센병 검진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세계 한센병의 날 주제를 “지금 행동하라; 한센병을 종식하자(Act Now : End Leprosy)”로 정하고, 한센병 관련 대중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한센병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쉽게 전염되는 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센병의 전염성은 매우 낮다. 가족끼리 장기간 긴밀하게 접촉해야만 전염된다. 한센병균이 체내에 들어가더라도 우리의 면역기능이 작동해 발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또, 한센병균의 증식 속도는 매우 느려 한센병은 잠복기가 길다. 일반적으로 2~5년의 잠복기를 보이고, 길게는 20~30년 만에 발병하기도 한다. 잠복기가 길기에 한센병 환자와 장기간에 걸쳐 긴밀하게 접촉해야만 전염되는 것이다.
치료제가 없던 과거에는 한센병에 걸리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치료제가 개발돼 조기 치료와 완치가 가능하다. 조기에 한센병을 발견해 치료하면 전염성이 바로 사라지고, 후유증도 거의 남지 않는다. 아직 예방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으나, 결핵 예방 백신인 BCG를 접종하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