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심각한 충격을 주는 외상 사건(Traumatic event)을 직접 경험하거나 사건을 보고 들은 후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장애다. 외상 사건의 종류는 다양하다. 지진이나 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부터 전쟁, 살인, 납치, 고문, 교통사고, 화재, 강간, 아동학대, 폭행,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이 PTSD를 일으킬 수 있다.
PTSD 주요 증상
1. 외상의 재경험
외상 사건이 끝난 후에도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이 의식 속으로 자꾸 침투해 끊임없이 기억하게 된다. 사건과 관련된 꿈을 꾸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 사건이 지금 당장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플래시백(Flashback)을 겪기도 한다.
2. 감정 회피
외상 사건과 관련된 불쾌한 기억과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사건과 관련된 대화를 피하고, 사건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활동, 장소, 사람들을 피하려고 한다. 또, 사건의 기억, 생각, 감정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3. 부정적인 감정
외상 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를 왜곡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이나 타인을 책망한다. 앞으로의 미래가 없는 것처럼 느끼거나, 현실에 대해 무관심해지거나 비현실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
4. 과민반응
항상 위험에 처해 있는 것처럼 느껴 잠들기 힘들거나 숙면을 취하기 힘든 불면증을 겪는다. 지나친 각성 증상으로 인해, 항상 주위를 경계해 작은 자극에도 과도하게 놀라거나 분노를 표출한다.
한국인의 PTSD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10,570명이다. 2015년 7,268명에서 45.4%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9.9% 증가했다. 2019년 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은 전체의 39.5%, 여성은 60.5%를 차지해 여성 환자의 비율이 약 1.5배 더 높았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2015년 720명에서 2019년 1,493명으로 2.1배 증가했다.
여성 PTSD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여성에게서 PTSD가 더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인 관계에서의 물리적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여성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차이가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환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전체의 22.2%를 차지했다. 이어 50대가 16%, 30대 15.9% 순이다. 20대 PTSD 환자가 많은 원인에 대해서 박 교수는 "사회적으로 젊은 성인들이 질환의 원인이 될 정도의 심각한 외상 사건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아동의 경우 증상에 대한 평가가 어렵고, 노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단 기준 이하의 증상을 경험하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보다 적게 진단받고 있다고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PTSD 원인
충격적인 외상 사건 자체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러 신경전달물질 체계와 불안·공포와 관련된 뇌 부위의 이상이 PTSD 발병과 관련되어 있다.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내재성 오피오이드 등의 신경전달물질이나 편도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 등의 다양한 뇌 부위의 이상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자율신경계의 과도한 반응 역시 중요한 발병 요인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같은 외상 사건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서 PTSD가 발병하지는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심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요인도 PTSD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아동기의 외상 경험, 가족의 정서적 지원 부족, 사회적 지지 부족, 정신과 질환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 최근에 경험한 생활의 변화, 과도한 알코올 섭취 등의 요인이다.
PTSD 진단과 치료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에 일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심층 면담을 통해 이뤄진다. 아직 한 가지의 뇌 MRI 검사나 혈액검사, 설문검사 등으로 PTSD를 확진하지 못한다. 때로는 외상적 사건으로 유발된 뇌 손상과 같은 신체 질환이 PTSD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신체 질환을 구별하기 위해 혈액검사, 뇌 영상 검사 등을 하기도 한다.
치료의 첫 단계는 환자의 정서적 조절과 안정을 돕는 ‘안정화 기법’을 시행한다. 치료자는 우선 외상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을 설명하고, 환자의 반응이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임을 강조하고 치료 과정에 대해서 설명한다.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을 찾고 요인별로 대처하는 방법을 환자와 함께 찾아 나간다.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 감각을 이용해 외상 경험에 대한 기억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착지연습, 상징적인 마음의 이미지를 이용해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을 조절하는 봉인연습 등을 같이 한다. 일부 환자는 안정화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회복된다.
안정화가 잘 이루어진 다음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노출치료, 인지처리치료를 포함한 인지행동치료나 정신역동적치료,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같은 치료를 시행한다. 안구 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은 외상과 관련한 부정적 감정, 기억, 인지 등을 떠올린 후, 치료자의 지시에 따라 연속적인 빠른 안구운동을 수행하면서 외상 기억과 감정이 최소화될 때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다.
위와 같은 정신치료뿐만 아니라 약물치료도 도움이 된다. 대개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는 약물치료를 주로 시행해 재경험이나 과각성 증상을 조절한다. 주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계열 약물이 처방되는데, 이는 PTSD 고유의 증상과 불안, 공포, 충동성 경향 등을 조절해준다. 또, 기분안정제, 항불안제 등도 처방된다. 증상이 매우 심각한 환자나 자살이나 폭력의 가능성이 큰 환자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