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UCSF 연구팀, 생쥐 대상 식단·염증 반응 분석
고지방 식단 1주 섭취 시 피부 염증 약 2.1배 증가
염증 초기 식습관, 6.5개월 뒤 재발에도 영향

체중 증가나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단 4일간의 고지방 식단만으로도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고지방 식단을 단기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피부 염증이 악화될 뿐 아니라, 영향이 면역세포에 오랫동안 남아 염증 재발 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UCSF)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염증이 시작되는 시점의 식습관이 초기 염증의 심각도뿐 아니라 이후 면역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염증 발생 전후 단 4일간의 고지방 식단만으로도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고지방 식단 단 4일 만에 피부 염증 악화… 비만 여부와 무관
연구팀은 식습관이 염증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생쥐에게 지방 함량이 다른 먹이를 제공한 뒤 피부 염증 반응을 비교했다. 실험에는 건선과 유사한 피부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이미퀴모드(IMQ)를 사용했다.
생쥐를 지방에서 얻는 열량이 60%인 고지방 식단군과 10%인 저지방 식단군으로 나누고, 식단을 유지한 기간에 따라 염증의 정도를 분석했다. 또한 염증 발생 전후 특정 시점에만 식단을 바꾸는 실험을 진행해 식사 시기가 염증 반응에 미치는 영향도 살폈다.
분석 결과, 고지방 식단을 1주일간 섭취한 생쥐는 저지방 식단군보다 염증에 따른 귀 두께 증가가 약 2.1배 크게 나타났다. 10주 동안 고지방 식단을 유지한 생쥐에서도 약 2.3배 증가해, 장기간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경우와 비슷한 수준의 염증 악화가 관찰됐다. 특히 염증 발생 3일 전부터 발생 후 1일까지 총 4일간 고지방 식단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염증이 심해졌다.
반면 염증 시작 시기를 벗어나 고지방 식단을 제공했을 때는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고지방 식단을 얼마나 오래 섭취했는지뿐 아니라 염증이 발생하는 시점의 식습관이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고지방 식단을 장기간 섭취해 비만이 된 생쥐에게 염증 발생 전후 4일 동안 저지방 식단을 제공하자, 체중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도 고지방 식단에 따른 추가적인 염증 악화가 억제됐다.
고지방 식단이 면역세포 자극… 피부 염증 증폭시키는 기전 확인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면역세포의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생쥐의 피부에는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인 호중구(Neutrophil)가 빠르게 증가했다. 백혈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호중구는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외부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대응하는 1차 면역 방어선 역할을 한다.
이들 세포에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NLRP3와 염증 신호물질인 IL-1β의 발현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염증성 면역세포인 TH17 세포의 반응을 강화하는 데 관여했다. 실제로 호중구를 제거하거나 NLRP3의 기능을 억제하자 고지방 식단으로 인해 심해졌던 염증 반응이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피부뿐 아니라 폐에서도 호중구와 IL-1R1 신호에 의존하는 유사한 염증 증폭 현상을 확인했다.
염증 사라져도 면역세포에는 흔적… 6개월 뒤에도 염증 반응 증폭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의 영향은 초기 염증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피부 염증을 유발한 생쥐를 약 25일간 회복시킨 뒤 다시 염증을 일으킨 결과, 처음 염증이 발생했을 때 고지방 식단을 섭취했던 생쥐는 이후 저지방 식단을 유지했음에도 재발 시 귀 두께 증가가 약 2배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첫 염증 발생 후 6.5개월이 지난 생쥐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초기 염증이 발생했던 피부에 '조직상주 기억 T세포'가 더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는 과거 염증을 겪은 조직에 면역세포가 남아 있다가 같은 자극에 다시 노출됐을 때 더 강하게 반응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해당 면역세포는 저지방 식단을 유지한 대조군보다 약 2.3배 많았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사가르 바파트(Sagar P. Bapat) 병리학과 연구진은 "단기간의 고지방 식단 노출이 염증 발생 초기의 특정 시점과 맞물리면 비만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직의 면역반응을 장기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초기 염증 발생 시 NLRP3의 활성을 억제하거나 IL-1R1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 장기적인 염증 기억 형성을 막기 위한 연구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주로 생쥐의 피부 염증 모델에서 진행됐으며, 사람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Diet at disease onset determines tissue inflammatory memory: 질환 발생 시점의 식단이 조직의 염증 기억을 결정한다)는 2026년 10월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