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비만대사연구학회(Society for Korean Obesity and Metabolism Studies, SOMS)는 비만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3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열린 온라인 좌담회에서 비만대사연구학회 전문가들은 비만을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비만 낙인을 해소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곤 교수(가천대 길병원,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 회장)는 좌담회의 시작을 알리며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를 넘어 만성 질환으로 인식해야 하며,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비만연맹은 2035년까지 전 세계 성인 4명 중 1명이 비만을 겪을 것이며, 소아 비만도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비만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며, 비만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는 기존 접근법이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만대사연구회는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날 올바른 비만 용어 사용의 중요성과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정적인 비만 용어, 환자 중심 표현으로 순화해야
김영상 교수(분당차병원)가 좌장을 맡은 이번 좌담회에서는 ‘비만 낙인’이 비만 치료와 예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김종구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이 비만 환자들에게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비만을 평가하는 부정적인 언어 사용을 줄이고, 보다 중립적이고 환자가 수용할 수 있는 용어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 관련 용어는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며, 부정적인 용어는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로, 체중과 관련된 낙인은 조기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김 교수는 ‘고도로 비만하다’, ‘뚱뚱하다’, ‘살이 쪘다’ 등의 표현이 환자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치료 순응도를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만을 공중보건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개인 책임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언어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유진 교수(연세대학교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역시 비만 용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의료진이 사용하는 비만 관련 용어가 환자와 일반 대중에게 심리적 부담과 낙인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치료 과정에서의 신뢰 형성을 방해하고, 나아가 의료 서비스 이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권 교수는 “비만 관련 용어의 선택은 단순한 단어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 순응도, 행동 변화, 환자와 의사 간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며, 비만 용어와 관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 용어 인식 조사를 통해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일반인의 건강 행동 변화를 촉진하며, 비만 낙인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공공 건강 캠페인 및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만 환자들은 이를 병으로 명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반면, 의료진은 치료적 접근을 위해 ‘질병’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종구 교수는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식하되, 환자가 수용 가능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만을 환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행동 치료와 운동, 비만 관리의 핵심
비만 치료에서 운동과 행동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지수 교수(건국대 스포츠의과학과)는 “운동이 비만 관리의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맞춤형 운동 처방과 환경적·사회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비만 환자의 운동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개인적 요인, 대인관계 요인, 환경 요인 등이 있다. 특히 비만 환자의 경우 신체적 불편감과 운동에 대한 지루함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비만 환자들은 고강도 운동보다는 신체 부담이 적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저강도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운동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짧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동 치료 역시 비만 관리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꼽혔다. 김선현 교수(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는 “비만 환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환자들을 돕는 행동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행동 치료는 단순한 식이 조절과 운동을 넘어, 환자가 자신의 생활 습관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행동 치료의 핵심 요소로는 자기관찰, 자극조절, 강화, 인지 재구조화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이 중 자기관찰의 한 방법인 식사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식사 일기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환자 스스로 자신의 식습관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으며, 의료진이 이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진과의 신뢰 형성이 체중 감량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강조됐다. 김 교수는 “환자가 변화를 시도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의료진의 한 마디가 환자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 개인이 아닌 사회가 나서야
이번 좌담회는 단순히 비만 치료법을 논의하는 것을 넘어,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변화시키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강지현 비만대사연구학회 회장(건양의대)은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비만 유병률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 변화를 통한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 없는 공중보건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 의료진, 정책 입안자,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비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적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비만대사연구학회(SOMS)는 오는 3월 30일(일) 부산 BPEX에서 ‘제9회 비만대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 및 연수강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비만 치료의 핵심인 진단과 생활습관 관리, 최신 비만 약물의 적용, 대사 관리 전략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