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또 다른 만성질환인 이상지질혈증이 동시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2’에 따르면, 전체 고혈압 환자 가운데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는 환자는 72%에 달하며, 당뇨병 환자의 경우 87%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혈압과 당뇨병만으로도 건강 관리가 어려운데, 이상지질혈증까지 함께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인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질환이다. 고혈압이 발병하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딱딱해지고, 혈관 내벽이 서서히 손상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백혈구와 혈소판 등이 손상된 혈관을 치료하기 위해 혈관벽에 달라붙고, 혈전이 생성되면서 혈관이 서서히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으로 인해 대사 기능까지 저하된 경우, 몸속에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이상지질혈증이 더욱 쉽게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으로 인해 손상된 혈관벽에는 산화된 콜레스테롤과 지방 성분이 들러붙기도 쉬운 편이다. 혈중 지질 수치가 높을수록 산화되는 지질의 양도 많아 혈관이 더욱 쉽게 막힐 수 있고, 혈압이 높을수록 혈관 손상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맞물린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도 일반인에 비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두 질환 모두 혈관의 구조와 기능을 손상시키는 질환인 만큼, 동시에 발병할 경우 그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18~55세 사이의 프랑스인 약 19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압이 160mmHg 이상이면서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10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혈당 수치가 높고,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 등이 없으면 혈당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채 높은 혈당을 유지하면 혈액이 점차 끈적해지면서 혈관 벽에 들러붙고 혈관의 내피세포가 손상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혈액에 포도당이 필요 이상으로 많을 경우 혈액 속 헤모글로빈, 알부민 등의 단백질 성분과 결합해 당화혈색소 등의 ‘최종당화산물’이 많이 생성된다. 최종당화산물은 혈관과 췌장 등 여러 기관에 축적되면서 인슐린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혈관을 손상시키는 만큼, 당뇨발 등의 말초혈관질환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쉬운 편이다. 게다가 당뇨병 환자의 끈적한 혈액과 최종당화산물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고, 지방 성분이 더욱 쉽게 산화되도록 한다. 그런 만큼 이상지질혈증이 찾아오기도 쉽고, 죽상동맥경화증이나 협심증 등의 심혈관질환 합병증이 발병할 위험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70%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며, 관상동맥 수술을 받는 경우도 일반인의 1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대한당뇨병학회의 통계도 있다.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개선 안 되면 약물치료해야
고혈압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비만 △흡연 △음주 △고령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은 이상지질혈증이 발병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험 요인에 하나 이상이라도 해당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의 만성질환이 동시에 찾아올 가능성을 고려하고, 평소 생활습관 관리에 힘쓸 것이 권장된다.
현재 이상지질혈증 진료 지침에 따르면, 건강상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는 경우에는 △총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 △LDL 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 △중성지방 150mg/dL 미만 △HDL 콜레스테롤 40mg/dL 이상(남성) 또는 50mg/dL 이상(여성)을 목표로 혈중 지질 수치를 조절할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당뇨병, 고혈압 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질병을 앓았던 기간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절 목표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때는 의료진과의 상의를 거쳐 적절한 지질 조절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혈압, 혈당, 지질 수치 모두를 개선해야 한다.
생활습관을 교정할 때는 식습관과 운동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 식사를 할 때는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섭취할 수 있는 총 열량을 계산한 후, 건강 상태에 맞게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섭취 비율을 조정하면 된다. 혈당을 높이는 당류는 1일 섭취 열량의 10~2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으며, 포화지방산은 7%를 넘기지 않을 것이 권장된다. 탄수화물은 통곡물이나 잡곡 등 복합탄수화물 구조의 음식으로 섭취하고, 지방을 먹을 때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견과류 △콩류 △올리브유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류는 되도록 많이 섭취하고, 단맛이 많이 나는 과일의 경우 혈당을 많이 높일 수 있는 만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운동을 할 때는 열량 소비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주 5회 이상, 하루 30~60분 이상 시행하면 되고, 여유 심박수의 40~75% 강도로 목표 심박수를 계산해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근력 운동의 경우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주 2~3회 이상,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세트 반복 시행할 것이 권장된다. 만약 이전에 운동을 한 적이 없다면, 처음에는 약한 강도로 운동을 시작해 서서히 운동량과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무리한 운동은 부상 위험을 높이고, 혈압을 급격히 높여 심장과 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
만약 이렇게 생활습관을 교정한 후에도 이상지질혈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물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스타틴 계열의 약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환자가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스타틴은 혈당을 높일 수 있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환자는 투약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 질환의 진행도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고, 의료진과의 상의를 거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