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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쥐 E형 간염 바이러스 국내 첫 발견…사람도 감염 주의해야

작성일 24-02-05

급성 간염을 유발하는 시궁쥐 유래 E형 간염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번에 시궁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로카헤페바이러스(genus Rocahepevirus)’로 해외에서는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바이러스학 국제학술지(Journal of Medical Virology)’ 1월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1~2021년 사이 국내에서 채집된 시궁쥐 180마리 중 서울과 제주의 시궁쥐 4.4%가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된 상황인 만큼, 신·변종 E형 간염바이러스 출현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익히지 않은 고기는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인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익히지 않은 고기는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인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증가하는 E형 간염, 원인과 증상은?
E형 간염은 E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 Virus, HEV)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부터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됐고, 2020년부터 전수감시가 시작됐다. 그런 만큼 A·B·C형 간염 바이러스에 비해 E형은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하지만 2023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 정숙향 교수 연구팀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E형 간염은 국내 바이러스 간염의 발병 원인 2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감염병누리집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총 1,78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에는 191명, 2021년에는 494명, 2022년에는 528명, 2023년 57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형 간염은 유전자형에 따라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인수공통감염병 △혈액매개 감염병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하몽, 햄 등의 비가열 육가공 식품 △육회나 생간 등 생고기 △굴 등 날것으로 먹는 어패류를 통해 쉽게 감염될 수 있다.


E형 간염에 감염되면, 15~64일(평균 40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복통 △무기력감 △황달 △진한 소변 △설사 △두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증상이 나타나면 보통 12~15일간 이어지는데, 증상 발생 1주일 전부터 발생 후 14일까지는 특히 쉽게 전파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특별한 증상 없이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저절로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되도록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간기능이 극심하게 손상되는 전격성 간염과 사망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데다, 치명률이 10~20%에 달하고 유산율은 약 30%에 달하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도 만성 간질환자나 면역저하자 등에서도 중증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계하는 것이 좋다.

백신 없는 E형 간염, 예방이 최선
E형 간염 바이러스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진단법이 없고, 예방 백신도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원인이 될 수 있는 감염원을 최대한 피하고 개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예방법이다.

먼저 감염 위험이 높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잡거나 조리한 음식은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멧돼지 담즙, 노루 생고기 등을 먹고 E형 간염이 발병한 사례도 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쥐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만큼, 설치류를 잡아먹는 야생동물이나 동물의 분변은 E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매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육류를 먹을 때 생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E형 간염 바이러스는 56℃의 온도에서 1시간 동안 가열해도 살아남기 때문에 저온 살균의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러나 75℃ 이상으로 2분 이상 가열하면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만큼, 가열해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물을 마실 때도 한 차례 끓인 후 식혀 마시면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E형 간염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평상시 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실을 다녀왔거나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는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또 잠복기를 지나 증상이 발현됐다면, 증상이 발생한 지 14일 이내에는 전파가 더욱 쉬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E형 간염이 확진된 경우, 환자는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