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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약한데 과음 반복하면...심방세동 위험 '쑥'

작성일 24-01-23

심장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 두근거림, 흉부 불편감으로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심방세동이 초래하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증상이 지속되고 혈전이 생성되면 뇌졸중, 치매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모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들이다.


최근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은 사람은 과음 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심방세동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대한부정맥학회에 따르면 85세 이상에서는 20% 이상에서 심방세동을 가지게 된다. 노화 외에도 고혈압, 심부전, 심낭염, 폐렴 등의 질환과 음주, 과식 등이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로 지목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심방세동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위험인자로 ‘낮은 알코올 대사능력’을 지목했다. 일평균 알코올 30g(주종 관계없이 약 4잔) 이상 과음하는 사람은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을수록 심방세동이 높다는 사실을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하면서다.

알코올 대사능력 낮으면 과음 시 심방세동에 더 취약해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팀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 등록된 40여만 명을 대상으로 알코올 대사능력 및 일평균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39만 9,329명을 일평균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자(0g) △경-중등도 음주자(<30g, 약 4잔 미만) △과음자(≥30g, 약 4잔 이상)로 구분했다. 이후 알코올 대사능력을 정량적으로 표현한 다유전자 위험점수에 따라 각 집단을 △낮음 △보통 △높음군으로 다시 구분하고 심방세동이 새롭게 발생할 위험을 약 12년간 추적했다.


일평균 음주량 및 알코올 대사능력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 비교|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일평균 음주량 및 알코올 대사능력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 비교|출처: 서울대학교병원

 


그 결과, ‘알코올 대사능력 낮은 과음자’ 그룹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가장 컸다. 또한, 알코올 대사능력에 따라 음주량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음자는 알코올 대사능력이 높아질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감소한 반면, 경-중등도 음주자와 비음주자에서는 이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알코올 대사능력이 동일한 음주량에서 심방세동에 더 취약한 사람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를 진료 현장에서 금주를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알코올 대사능력과 관계없이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일평균 알코올 8g(주종에 관계없이 약 1잔)을 더 섭취할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도도 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오세일 교수는 “본 연구는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음주량 및 유전적 소인이 심방세동에 미치는 복합적인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며 “사람마다 동일한 음주를 해도 심방세동 위험은 다르기에,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아 심방세동에 취약한 사람은 적극적 금주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의학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게재됐다.

얼굴 빨개지고, 두근거리고…대사능력 낮다는 신호
일반적으로 남성은 하루 알코올 20g 이하, 여성은 10g 이하의 음주량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이지 않다. 알코올 대사능력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되고, 이는 다시 아세트산으로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두 가지 과정이 진행되는 속도가 곧 알코올 대사능력인 셈인데, 이는 유전적 요인, 신체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술을 마신 후 남들보다 쉽게 취하며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 두근거림을 자주 느낀다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기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한국인 중에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30~40%에서 알코올 분해 효소 결핍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양인은 7%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다른 민족에 비해 선천적으로 술을 마신 후 얼굴 붉어짐, 메스꺼움, 가슴 두근거림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같은 증상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도 과신은 금물이다. 술은 간을 비롯하여 우리 몸 곳곳을 망치는 위험인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