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태안의 한 부부가 소아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8세 딸과 동반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부부는 수개월간 병원 치료비로 어려움을 겪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 당뇨 환자는 매일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데, 중증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진료비의 20~60%를 환자가 내야 해 치료비 부담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소아 당뇨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인슐린을 거의 생성하지 못하는 19세 미만의 '1형 당뇨병' 환자는 1만 4,480명에 달한다. 2018년(1만 1,473명)과 비교해 4년 새 26% 넘게 늘었다. 소아 당뇨병은 성인 당뇨병과 혈당 수치 등 진단 기준과 증상은 같지만 유형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아 청소년에서 많이 발병하는 제1형 당뇨...유전적 영향으로 발병
우리 몸에는 밥을 먹으면 높아지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흡수된 포도당을 몸의 여러 세포에서 활용되도록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있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생성되는데, 췌장 기능이 나빠지면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아 당뇨병이 발생한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높아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오는 병으로 만성질환이다.
당뇨병은 제1형(인슐린 의존형)과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으로 분류한다. 성인은 대부분 제2형 환자가 많고,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제1형 환자가 전체 90%를 차지한다. 이에 제1형 당뇨병을 소아 당뇨병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성인은 상대적 인슐린 부족 즉, 비만에 의한 인슐린 감수성 저하로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한다. 그러나 제1형인 소아 당뇨병은 유전적 영향으로 호르몬 분비 결핍이나 자가면역 기전, 인슐린 의존성으로 바이러스 감염 후 자가 항체가 생기거나 췌장이 훼손되어 나타난다.
당뇨병 증상 외에 인슐린 분비 감소, 인슐린 자가항체 있을 때 진단
소아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피곤함과 식욕부진, 체중 감소, 다뇨와 다식, 다갈, 갈증 등이다. 이 외에도 성격 변화, 시력 약화, 숨막힘, 흉통과 복통, 구역질, 설사, 변비도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은 무작위 혈당이 200mg/dL 이상, 공복 혈당 126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 당부하검사상 20mg/dL일 때 진단하는데, 여기에 더해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고 췌도세포 또는 인슐린에 대한 자가항체가 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제1형 당뇨병은 증상에 대한 발견이 늦게 되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제1형 당뇨병의 20~40%가 첫 진단 시 케톤산증을 보이는데, 이는 당 대신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을 위해 지방이 분해되면서 혈중의 지방산이 증가하여 발생한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고혈당 △대사성 산증 △케톤증을 특징으로 한다. 다음, 다뇨, 다갈, 다식 증상에 더하여 피로, 구토, 탈수, 복통, 저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의심해야 한다.
소아 청소년기에 주로 생기는 제1형 당뇨병은 자신의 면역세포가 체내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파괴하면서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사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즉, 제2형 당뇨병과 달리 혈당 관리를 위해 약이 아닌 인슐린 투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성인과 달리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
꾸준한 인슐린 투여가 최선의 치료법...성장하며 비만되지 않게 주의해야
자칫 인슐린 과다 투여로 심한 저혈당에 빠지면 실신·사망의 위험이 있다. 인슐린 투여를 제때 하지 않아 혈당이 치솟는 고혈당 상태에서는 쇼크 등 합병증 위험이 있다. 매일 최소 8번 손끝 채혈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주사도 4회 이상 맞아야 한다. 잠잘 때도 혈당 관리를 해야 한다. 어린 환자 부모는 밤에 3회 이상 혈당을 측정해야 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2018년 '연속혈당 측정기'가 국내 도입되면서 제1형 당뇨병 관리에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연속혈당 측정기는 5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저혈당이 오면 알람이 울려 심한 저혈당으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한다. 인슐린 펌프와 연결하면 고혈당일 때 자동으로 인슐린 투여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소아 청소년기는 신체·정신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성장발달 단계에 맞게 영양 공급과 더불어 운동 같은 생활습관이 뒤따라야 한다. 제1형 당뇨병 진단 후 관리가 되지 않아 비만이 되면 인슐린 요구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제1형 당뇨병의 장기적인 치료 목표는 소아 환자가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성인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발병 초기부터 아이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믿음과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