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의 지름이 10㎛ 이하로 매우 작은 미세먼지는 코털, 기관지 점막 등에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속에 파고든다. 파고든 미세먼지는 기관지질환은 물론, 폐포를 통해 혈관을 타고 흐르며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어떤 질병도 일으킬 수 있는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 되는 셈이다.
미세먼지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해가 되지만, 폐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독이 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폐질환 중에서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세먼지가 COPD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지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 COPD란 장기적인 흡연이나 가스 노출 등으로 폐포가 손상돼 결국 숨쉬기 힘들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COPD 환자, 미세먼지 농도에 예민해야 하는 이유
COPD와 미세먼지의 연관성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진은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가 COPD를 비롯한 호흡기질환 환자의 입원, 응급실 방문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해당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환자의 사망률 변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호흡기질환 사망 분석에서 미세먼지 25㎍/㎥를 기준으로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이 1.51%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
미세먼지가 심하면 COPD 환자의 호흡곤란 횟수가 일반인에 비해 28배 높아진다고 밝힌 연구도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호흡기내과 현인규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가 그것이다. 해당 연구를 살펴보면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오존 농도가 높은 시기에는 COPD 환자의 날씨 관련 기침이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심해지며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시기에는 최대 28배까지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COPD 관리수칙’
대기오염의 부작용은 이처럼 COPD 환자들에게 직접적이고도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한국을 자주 뒤덮는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연구팀은 최근 COPD 환자들이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5가지 행동수칙만 지켜도 COPD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40세부터 79세 사이의 COPD 환자 102명을 절반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미세먼지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5가지 행동수칙을 9개월 동안 지키도록 했다. 연구팀이 정한 5가지 행동수칙은 다음과 같다. ①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24시간 가동하고 필터를 정기적으로 교체한다 ②규칙적으로 대기오염 정보를 확인한다 ③창문을 열어 집 안을 규칙적으로 환기시킨다 ④대기오염지수가 높을 때 외출을 자제한다 ⑤흡입기 치료를 빠지지 않고 한다.
연구팀은 다른 집단에게는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통한 치료만 실시하고, 5가지 행동수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3개월마다 두 집단 환자들에게 환자 스스로 COPD 상태를 체크하는 ‘세인트조지호흡기설문’을 실시한 결과, 9개월 후 행동수칙을 지킨 환자 집단의 세인트조지호흡기설문 점수가 약 3.4점 낮아진 반면, 일상적인 치료만 시행한 집단은 약 2.5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인트조지호흡기설문 점수가 낮아지면 질환이 호전된 것을 뜻한다.
함께 실시한 ‘COPD 평가 테스트’ 점수 역시 행동수칙을 지킨 환자 집단의 점수가 9개월 후 평균 1.2점 감소한 반면 일상적인 치료만 시행한 집단은 2.7점 높아졌다. COPD 평가 테스트의 경우 점수가 낮아지면 환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연구진에 따르면 행동수칙을 잘 지킬수록 COPD 평가 테스트 점수가 낮았다.
이세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COPD 환자들이 평소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COPD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최근 게재됐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