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많으면 잠만 자게 된다거나 이와 반대로 우울하면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우울증과 수면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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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발병, 수면과 깊은 연관성 가져
우울증과 불면증의 관계는 뇌와 신경전달물질, 호르몬의 생리로 설명할 수 있다. 뇌간에 위치한 봉선핵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을 분비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이곳에 작용하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억제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송과체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세로토닌이 부족한 우울증 환자는 멜라토닌의 생성이 저하되어 불면증을 겪는다. 이렇듯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등 여러 정신과 질환이 중첩되어 동반되기 쉽다.
우울장애로 인한 과다수면은 회피 행동 중 하나이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나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 위해 잠을 오래 자는 것이다. 이처럼 과다수면의 특징을 지닌 우울증을 '비정형 우울증'이라고 한다. 비정형 우울증 환자는 잠을 매우 많이 자면서, 식욕에 변화가 없거나 폭식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우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흔히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침대에 누우면 푹 꺼져 들어가는 것 같고 △모든 것에 흥미와 의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과다수면과 함께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비정형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일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과수면 증상이 있다면 ‘비정형 우울증’ 의심해야
비정형 우울증이라면 과다 수면을 당장 멈추는 것이 좋다. 잠을 많이 잘수록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의욕 저하, 우울감에서 점점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나중에는 자괴감과 자책감이 커지면서 우울증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환자에게는 밤을 오히려 새게 하는 '수면 박탈 치료'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치료법은 전문의와의 상담 후에 진행해야 한다.
과다 수면 습관이 오래 지속된다면 먼저 최대한 움직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밖에 나가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힘들다면 실내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움직일 힘이 없다면 누워있기보다는 앉아 있고, 산책하는 동영상·여행 다녀온 사진 등을 보면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커튼을 열어 햇볕을 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광은 세로토닌 등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도 도움 된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서 체온을 올리면 항우울제를 먹은 것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5시간 이하로 적게 자는 것도 우울증 발병 위험 높여
한편, 수면은 우울증 발생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CL) 행동과학·건강학부 앤드루 스텝토(Andrew Steptoe) 교수 연구팀은 수면에 대한 유전적 요인을 분석한 결과, 밤에 5시간 이상 수면하지 못하는 날이 지속될 경우 우울증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수면 주기와 우울증은 모두 부분적으로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주변 환경, 경험 등에 대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유전적 특성에 의해 발현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7,146개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 대상자를 추적한 결과, 짧은 수면을 취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 중에서 4~12년에 걸쳐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을 타고난 사람들 중 수면 문제를 앓고 있는 비율은 매우 적었다. 결과를 종합했을 때 밤 시간대에 5시간 보다 적게 잠을 자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수면 습관이 우울증 유발
잘못된 수면 습관 또한 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한국인의 기상시간, 취침시간, 총 수면시간, 일주기 유형, 사회적 시차, 주간 졸음, 불면증, 수면의 질 등 수면 특성 변화를 조사하고 우울증과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7시간 수면을 취했을 때 우울증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고, 7시간 미만~8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을 때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았다. 특히 5시간 미만 수면을 취했을 때 7시간 수면을 취했을 때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3.08~3.74배 높았고,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을 때 7시간 수면을 취했을 때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1.31~2.53배 높았다. 그 외 주간졸음, 불면증, 사회적 시차, 저녁형 일주기 유형이 우울증 발생 위험과 연관이 있었다.
윤지은 교수는 "최근 잘못된 수면 습관이 다양한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지만 한국 사회 고령화, 교대 근무 및 야간근무 증가, 디지털 미디어 사용 등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오히려 불규칙한 수면 습관과 수면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부적절한 수면 습관은 수면 질환,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수면 특성 변화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