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영아가 생후 6개월까지 모유만을 먹을 수 있게 하며, 생후 2년까지는 적절한 이유식을 먹이면서 모유 수유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모유 수유가 아기에게 가져다 주는 이점은 충분히 알려져 있다. 영양 공급뿐만 아니라 인지와 사회 발달을 돕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모유 수유가 산모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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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오래 먹이면 산모의 폐경 시작 나이 늦춰져”
모유를 오래 먹이면 폐경 시작 나이가 늦춰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유 수유는 여성의 총 생리 기간을 연장하는 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박주현 교수팀이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폐경 여성 총 4,318명을 대상으로 모유 수유가 폐경 나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모유 수유 기간은 1개월 미만인 여성이 전체의 14.0%, 1개월 이상~6개월 미만은 5.7%,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은 6.3%, 12개월 이상~18개월 미만은 9.8%, 18개월 이상은 64.2%였다. 60대 폐경 여성은 3명 중 2명꼴로 자녀에게 모유를 18개월 이상 먹인 셈이다.
모유 수유 기간이 길었던 여성은 폐경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모유 수유 기간이 18개월 이상인 여성의 평균 초경 나이는 15.3세, 평균 폐경 나이는 501세였다. 반면, 모유 수유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는 49.2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유 수유 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총 생리 기간이 연장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모유 수유 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폐경 나이가 생리 기간이 연장된다”며, “모유 수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여성이 내인성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전체적인 기간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모유 수유가 여성의 폐경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모유 수유를 오래 하면 심혈관 질환과 대사증후군과 같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모유 수유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산모의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3년 동안 낮아져 심혈관 질환과 대사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렇다면 모유 수유는 산모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모유 오래 먹일수록 산모의 골관절염 위험↑”
출산 후 아이에게 모유를 먹인 여성은 모유를 먹이지 않은 여성보다 중년 이후 골관절염 발생 위험이 1.6배가량 커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유를 먹인 기간이 길수록 산모의 골관절염 위험이 커졌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배상혁 교수팀이 2010~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50세 이상 여성 1만 102명을 대상으로 모유 수유와 골관절염 발생 위험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는 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에서 모유 수유 경험이 있는 여성의 골관절염 발생 위험은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의 1.6배였다. 모유 수유 기간이 길수록 골관절염에 걸릴 위험은 더 커졌는데, 5명 이상의 자녀를 모유로 키운 여성의 골관절염 발생 위험은 모유를 먹이지 않은 여성 대비 1.6배인 반면, 3~4명의 자녀에게 모유를 먹인 여성은 모유를 먹이지 않은 여성 대비 1.4배였다.
골관절염은 뼈와 뼈 사이의 관절에 존재하는 연골이 닳아 인접한 뼈 표면이 노출돼 관절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연구진은 “여성은 임신, 출산, 폐경 등으로 인해 다양한 호르몬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로 인해 골 소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모유 수유는 여성의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에스트로겐 분비는 임신 중 증가하고 수유기를 포함해 산후에 일시적으로 줄며, 폐경 후에 더 감소한다. 에스트로겐 결핍은 골밀도와 연골 세포의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에스트로겐이 여성에게 좋은 영향만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내인성 에스트로겐에 오래 노출되면 여성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산모의 뼈와 근육 소실을 막기 위해서는 모유 수유 중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특히, 단백질은 하루 25g 이상 추가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모체에 저장된 단백질이 모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면서 근육 손실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유 생성을 위해서는 칼슘 섭취도 필요하다. 칼슘이 줄어들면 산모의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