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과잉 시대’라고 한다. 과거에 비해 먹거리가 풍족하고 영양제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물론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몸에 필요한 성분이라도 과해지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영양소는 골고루 균형 있게, 때에 맞게 필요량을 보충해야 한다. 한창 발달 중인 영유아기 아이들이라면 특히 그렇다. 전문가들은 성장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영유아기에는 철분이 부족해지기 쉽다면서, 철분 부족이 장기화되면 성장 및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영유아 5명 중 1명은 철분 부족…철 결핍성 빈혈 주의
철은 적혈구 속에 있는 혈색소(헤모글로빈)의 필수 구성 성분이다. 철이 부족하면 혈색소가 만들어지지 않아 산소가 원활하게 운반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 숨 가쁨, 피로 등의 증상을 보이는 ‘철 결핍성 빈혈’이 발생하고 학습 능력이나 면역기능 등이 저하되기도 한다.
철 결핍성 빈혈은 영유아기에 잘 나타난다. 2021년 우리아이들병원 연구팀은 소아청소년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생후 9~12개월 사이의 2차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발견한 빈혈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영유아 빈혈이 20%에 육박한다”라고 발표했다.
이 시기에 빈혈 증상이 지속되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식욕이 감소해 성장이 느려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인지 및 운동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09년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철분과 영유아기 뇌 발달’ 논문에 따르면, 철 결핍은 결핍 시기에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뇌 영역을 특별한 방법으로 파괴한다. 이어 논문에서는 “수초 형성, 시냅스 형성, 신경 전달과 같은 중요한 뇌 발달 과정에 철이 함유된 효소와 헴 단백질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생후 6개월부터 철분 섭취에 신경 써야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아이는 성장세가 빨라지고 영양 요구량이 증가한다. 철분이 부족해지는 것도 이쯤이다. 모체에 받은 미네랄이 거의 소모되기 때문이다. 영양 보충을 위한 이유식 시작 시점도 여기에 맞물린다.
직접 만드는 이유식부터 시중에서 인기인 간편 이유식까지 최근에는 영양식 종류도 다양해졌다. 아쉬운 점은 집에서든 시판 제품이든 아이들의 미네랄 권장량을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시판 이유식의 미네랄 함량을 조사한 결과, 철을 비롯해 아연,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을 권장 섭취량의 5%도 섭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만들어 먹이더라도 영양소 필요량을 균형 있게, 구체적으로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잘 먹였는데도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이 철분 보충제를 권하는 이유다.
철분이 부족한 아이들을(9개월~6세)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철분이 고함유된 식단, 다른 한쪽은 철분 고함유 식단에 철분 보충제를 추가해 비교한 결과 식단만 섭취한 그룹은 혈액 내 철분 수치에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식단과 보충제를 함께 먹은 그룹은 식단 그룹에 비해 혈중 철분 수치가 20% 높았다. 연구팀은 섭취로 인한 부작용의 경우 중증 이상의 사례는 없었으며, 약 92%는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실렸다.
영유아 철분제, 검증 여부와 복용 편의성 고려해야
아이들이 먹을 보충제라면 우선 ‘안정성’부터 점검해야 한다. 인체 적용 시험에서 수치가 입증된 제품이라면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 다음은 ‘복용 편의성’이다. 효과 좋다는 영양제라도 아이가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알약보다는 액상형을 권하고, 철 고유의 비린 맛을 줄인 제품인지도 확인해 보면 좋다. 대표적인 액상형 소아 철분제로는 닥터라인 헤모키즈®를 비롯해, 훼럼키드액, 차일드라이프 등이 있다.
철분제는 식후에 섭취해야 하고, 오렌지나 딸기처럼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우유와 같은 유제품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철분제와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 좋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