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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조절 안 되는 ‘저항성 고혈압’…남녀 예후 달라

작성일 23-05-09

최근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2022 고혈압 팩트시트(Fact Sheet)'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의 성인 중에서 고혈압 유병률은 29%로 약 1,260만 명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25%, 성인 여성의 20%는 고혈압 환자로 알려져 있다. 만성질환을 대표하는 고혈압은 꾸준한 약 복용과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을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의 합병증 발생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한 약 복용과 관리에도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저항성 고혈압이다. 저항성 고혈압은 일반적인 고혈압에 비해 심혈관질환 및 합병증 발생 위험이 훨씬 높아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같은 저항성 고혈압 환자여도 남녀별로 예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저항성 고혈압이 있는 남성은 여성보다 심근경색 발생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저항성 고혈압 예후가 중요한 이유

저항성 고혈압의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높은 혈압이 지속되면 표적 장기인 심장이나 신장 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줘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신부전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동맥벽 비후, 좌심실 비대, 신장경화증 등이 동반돼 항고혈압제의 반응을 둔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친다.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과 사망 발생 위험은 목표 혈압까지 혈압이 조절되었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들은 생활습관 개선 및 1~3개의 항고혈압제 조합으로 목표 혈압 이하로 혈압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에서 항고혈압제를 사용해도 혈압 조절이 충분하지 않고 더 많은 약제를 사용해야만 조절되는데, 이를 저항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저항성 고혈압은 이뇨제 등 3가지 또는 그 이상의 혈압 강하제를 사용해도 진료실 혈압이 140/90mmHg(당뇨병이나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130/80mmHg)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하며, 전체 고혈압의 5~10%를 차지한다. 

 

주로 고령, 비만, 염분 과다 섭취, 만성콩팥병, 당뇨 및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심근비대와 연관이 있다. 그런데 같은 저항성 고혈압이라도 남성은 심근경색 및 신장투석 발생률이, 여성은 뇌졸중 및 치매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성 고혈압 남성’, 여성보다 발병 8.2배 빠르고 사망률 2.5배 높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김응주 교수 연구팀은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성별에 따른 처방 패턴 및 임상적 예후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안암·구로·안산병원의 전자의무기록을 구조화한 데이터(OMOP-CDM)를 활용해, 2017년 1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에 내원한 저항성 고혈압 환자 4,926명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인구통계학적 특성, 처방 패턴 및 임상적 예후 등을 분석했다. 고려대학교 안암·구로·안산병원의 전자의무기록을 구조화한 데이터(OMOP-CDM)베이스는 표준 용어로 이루어진 연구용 빅데이터로, 2002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약 580만 명의 환자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저항성 고혈압 남성 환자의 평균 연령이 61세로 69세인 여성에 비해 8세 낮았으나, 심혈관 위험도는 오히려 고위험군에 속한 남성 환자 비율이 42.5%로 여성 환자의 35%에 비해 높았다. 또한, 3년간의 추적관찰 결과 심근경색 및 신장투석 발생률은 남성에서, 뇌졸중 및 치매 발생률은 여성에서 높았다. 통계적으로 보정한 상대 위험도를 살펴보면 저항성 고혈압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에 비해 사망률은 2.52배, 심근경색 발생률은 1.87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은 1.44배 높았다. 

 

논문 1저자인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주형준 교수는 "본 연구는 국내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의 특징 및 심혈관 사건 발생의 차이를 비교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남성과 여성은 생활 패턴, 고혈압 약제에 대한 부작용 발생 빈도 등이 달라 약제 처방 패턴에도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차이가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 및 심혈관 사건 발생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같은 저항성 고혈압이라도 성별 차이에 맞는 치료를 진행함으로써 향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심혈관 질환을 조기에 선별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SCIE 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