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에이즈(AIDS)는 죽음의 질병이었다. 현재는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됐다. 그러나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에이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HIV 감염인 ⊃ 에이즈 환자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HIV(Human Imnunodeficiency Virus)로, 우리말로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라고 불린다. HIV에 감염되면 인체의 면역기능 중 세포성 면역에 관계되는 CD4+ T 림프구가 주로 파괴된다. 이 때문에 인체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원충, 기생충 등에 의한 각종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거나, 악성 종양 등 여러 합병증이 생기게 된다. 이런 상황을 통틀어 '에이즈'라고 한다.
즉, HIV에 감염된 사람 모두가 에이즈 환자인 것은 아니다.
HIV 감염인은 에이즈 환자를 포함해, HIV에 감염된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에이즈 환자란 HIV에 감염된 후, 병이 진행돼 면역결핍이 심해져 각종 감염병 또는 종양 등이 나타난 경우다.
2020년 국내에서는 1,016명의 신규 HIV 감염인이 발생했다. 이중 내국인은 818명, 외국인은 198명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935명, 여성은 81명으로 남성이 92%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전체의 33.8%를 차지했으며, 이어 30대가 29.8%로 나타났다.
HIV 전파
에이즈 환자나, HIV 양성 판정 후 에이즈 증상이 없는 HIV 감염인 모두 다른 사람에게 HIV를 전파할 수 있다. 전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에이즈 증상의 유무가 아니라, 혈중 바이러스 유무인 것이다. HIV 감염은 장기간의 무증상기를 특징으로 하기에, HIV 감염인이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더라도 체내에서는 잠복한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서서히 파괴하면서 증식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증상이 없다는 것이 체내에 바이러스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HIV에 감염된 직후부터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잘 복용해 혈중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게 관리하면,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극히 낮아진다.
HIV 감염 조건
전 세계적으로 HIV가 가장 많이 전파되는 경로는 감염인과의 성 접촉이다. 보통 HIV 감염인과 한 번의 성관계 시, HIV가 전파될 확률은 0.04~1.38%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감염자와 주사기·바늘을 같이 사용한 경우, 모자간의 수직감염 등으로도 HIV가 전파된다.
HIV가 전파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이 감염을 일으키기에 충분해야 한다. HIV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 정액, 질분비물, 모유 등에는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 그러나 눈물, 땀, 침, 소변, 토사물 같은 다른 종류의 체액에는 혈액이 섞여 있지 않는 한 감염을 일으킬 수준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지 않다.
둘째, 바이러스가 혈류로 들어가야 한다. HIV가 질이나 직장의 점막을 통해 체내에 들어가거나, 주삿바늘을 통해 혈관 속에 직접 들어가거나, 상처로 인해 벗겨진 피부의 틈이나 눈, 코, 음경의 끝부분 점막 등을 통해 혈관에 침입해야만 감염된다. 감염인의 혈액, 정액 등에 접촉할 때 피부가 손상되지 않았다면 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HIV 감염인과 일상생활을 함께하거나 감염인이 사용한 물건과 접촉한다고 해서 HIV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 HIV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 식탁에 같이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경우
- 서로 만지고 껴안고 악수하는 등의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
- 몸을 가까이 대고 앉는 경우
- 같은 방을 사용하거나 공공시설을 같이 쓰는 경우
- 가벼운 키스
- 머리빗, 침대 시트, 수건, 옷 등을 같이 쓰는 경우
- 변기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
- 목욕이나 샤워를 같이 하는 경우
- 식기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
에이즈, 고혈압·당뇨처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
에이즈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그러나 HIV의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는 있다. HIV 감염인들이 복용하는 에이즈 치료제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다. HIV 감염이 확진된 후, 면역 상태에 상관없이 즉시 항레트로바이러스제로 치료하면, 대부분의 경우 치료 시작 후 수개월 만에 혈중 HIV 농도가 미검출 상태가 된다. 한번 복용을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복용법을 정확히 지킨다면 감염인의 수명을 3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 만약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 후 10년 이내에 에이즈로 진행된다. 그러나 치료를 충실히 받는다면 에이즈로 사망할 일은 없다.
HIV에 감염될 만한 행위를 했다면, HIV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단, 한 번의 검사로 확진되는 것은 아니고, 선별검사와 확인검사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선별검사 결과 양성반응 검체가 나오면 확인검사를 거쳐 최종 판정한다.
검사는 보건소와 병 · 의원, 지방병무청 등에서 받을 수 있으며, 특히 보건소에서는 무료로 익명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진료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보건소에서는 실명으로 등록된 HIV 감염인이 의료기관에서 HIV 관련 질환으로 진료받을 시 발생되는 진료비 일부를 지원한다. 감염인이 먼저 납부한 후 환급해 주거나, 의료기관 진료비 후불 협조를 통해 직접 의료기관에 후납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