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유해성이 숨겨져 있다. 무심코 사용한 플라스틱은 환경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 속 화학물질에 과다 노출되면?
자녀와 그다음 세대에도 영향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교란하는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 화학물질에 노출된 사람의 건강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의 창청 저우(Changcheng Zhou) 교수 연구팀은 수컷 생쥐에게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디사이클로헥실프탈레이트(Dicyclohexylphthalate, DCHP)를 노출한 뒤, DCHP에 노출되지 않은 암컷 생쥐와 번식시켰다. 그 결과 1세대 자손 모두 포도당내성 저하 등의 대사 장애가 나타났으며, 2세대 자손은 암컷만 대사 장애가 나타났다. 저우 교수는 “2세대 수컷에게 장애가 나타나지 않은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남성의 DCHP 노출이 자손의 성별에 따라 유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바이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학술지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DCHP 노출이 자식뿐만 아니라, 2세대 자손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저우 박사는 지난 2021년에도 DCHP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편리함 속에 숨겨진 칼날, 플라스틱의 유해성
DCHP는 프탈레이트(Phthalates)의 종류 중 하나이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성질이 있어, 폴리염화비닐의 가소제로 사용된다. 프탈레이트의 종류는 DCHP 외에도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부틸벤질프탈레이트(BBP) 등이 있다. 이중 DEHP는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지금 바로 주위만 둘러봐도 프탈레이트가 들어있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벽지나 바닥재 등 건축재부터 전선 피복재나 전기 코드, 충전기 케이블, 장난감, 플라스틱 용기에도 프탈레이트가 들어 있다. 이러한 제품과 접촉하거나, 공기 흡입 등 일상 속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프탈레이트는 우리 몸에 들어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프탈레이트류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건강에 다양한 악영향을 끼친다.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내막증이나 다낭성난소 증후군을 유발하고, 임산부가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양수나 탯줄, 혈액을 통해 태아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영유아나 어린이의 경우에는 체내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아 노출에 특히 취약하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프탈레이트는 생활 속 노출원이 많고 노출 경로가 다양하며,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프탈레이트 안전관리를 위해 기구·용기·포장 및 위생용품 등 전반에 대한 프탈레이트 잔류량을 검사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어린이 제품 공통안전기준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6종을 유해화학물질로 지정해 어린이용품에는 해당 물질의 함량이 총합 0.1%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시대에 프탈레이트 노출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에 따라 프탈레이트 노출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알려주는 프탈레이트 노출 줄이는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물 자주 마시고 운동하기
물을 자주 마시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몸속 대사가 활발해져 체내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뜨거운 음식과 플라스틱은 상극
합성수지제 중 폴리염화비닐 재질로 된 랩은 뜨거운 음식과 닿으면 프탈레이트류가 용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뜨거운 음식이나 액체는 가능하면 유리나 도자기, 스테인리스, 내열 온도가 높은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에 담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세제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비닐봉지 등의 사용은 줄이는 것이 좋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실천해보자.
화장품 사용 줄이기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 화장품 사용을 줄이고, 향수와 방향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임산부는 향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임신 중 향수를 사용하면 향수 속에 들어있는 프탈레이트 성분을 흡입할 수 있기 때문. 흡입한 프탈레이트는 태아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 또한 화장품 내 프탈레이트가 공기 중으로 용출되지 않도록 화장품 용기의 뚜껑은 꼭 닫아두어야 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