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하며 수많은 병원성 세균에 노출된다. 특히, 손은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위다. 이 때문에 손을 잘 씻으면 여러 질병을 예방하고, 타인에게 질병을 옮길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의 50~70%, 폐렴이나 농가진, 설사병의 40~5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손 씻기를 ‘자가 예방접종’으로 비유하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손 씻기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도 손을 ‘제대로’ 씻는 사람은 여전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과 국제한인간호재단이 2020년 지역사회 감염병 예방 행태 조사를 확인한 결과, 비누 없이 물로만 손을 닦는 비율은 47.4%였다. 비누를 사용하는 비율인 2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문제는 물로만 손을 씻으면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영국의 공공보건 의료체계를 담당하는 기관인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는 오염된 손에 세균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이 손을 물로만 씻는 것과 비누로 씻는 것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염된 손에는 장내구균(Enterococcus spp.)이 29% 있었는데, 물로만 씻은 경우 이 수치가 15%로 줄었다. 그러나 비누로 손을 씻자 3%까지 줄어들었다. 비누로 손 씻는 것의 효과는 장내구균이 아닌 다른 세균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였다. 물로만 손을 씻은 후에는 손에 세균이 23% 남은 반면, 비누나 소독제를 쓴 후에는 손에 세균이 8%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양손을 적신 후, 손바닥에 비누를 충분히 묻혀 손을 씻어야 한다. 이때 15초~30초 이상 꼼꼼히 씻어야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손 씻을 때마다 시계를 확인할 수 없다면, 생일 축하 노래를 2번 반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을 잘 씻었다면 잘 말리는 것도 중요하다. 피부가 젖은 상태에서는 세균 번식과 전파가 더욱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손을 아무리 깨끗이 씻었더라도 젖은 손으로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화장실 문고리를 잡는다면 손에 세균이 다시 묻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젖은 손에서는 미생물의 85%가 전파되는 반면, 건조한 손에서는 0.06%의 미생물만이 전파됐다. 여기에 젖은 손을 오래 유지할수록 세균이 급증한다.
특히 깨끗한 수건이나 페이퍼 타월 등을 사용하여 손의 물기를 제거하면 손을 닦으면서 놓쳤던 박테리아까지 제거할 수 있다. 다만 자동 핸드드라이어로 손을 말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완전히 말리지 않거나 남은 물기를 옷에다가 흡수시키면 손이 다시 오염될 수 있다.
한편, 손을 물로 씻지 못할 때 사용하는 알코올 손 세정제는 어떨까. 손소독제에는 에탄올, 이소프로판올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항균 효과를 낸다. 이 성분이 세균의 단백질을 변성하고 지질을 변형시켜 소독 효과를 내는 식이다.
하지만 손 소독제는 소독 작용을 할 뿐, 손의 오염물까지 제거해 주지 못한다. 따라서 손에 눈에 띌 정도로 오염물이나 기름기가 묻었다면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손을 씻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에탄올 함량이 60% 이상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