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은 우리 눈을 사진기에 빗댔을 때 필름에 해당한다. 각막과 수정체를 통해 들어온 빛이 망막이라는 필름에 맺히면, 그 정보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따라서 망막에 생긴 문제를 방치하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 있다면 망막 건강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당뇨병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당뇨병 망막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당뇨병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병 망막병증은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돼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고혈당은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망막의 말초혈관에서 순환장애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망막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망막에 출혈이 생기고, 망막이 붓고, 구겨져 심각한 시력 장애를 초래한다.
당뇨병 망막병증 위험인자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수록 당뇨병 망막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당뇨 유병기간이 5년 이하인 환자의 망막병증 유병률은 16.1%다. 유병기간이 6년 이상 10년 이하인 환자에서는 5명 중 1명(20.9%)꼴로, 15년 이상인 환자에서는 3명 중 2명(66.7%)꼴로 망막병증에 걸린다.
또, 혈당 조절이 안 될수록 망막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 조절을 잘한다면, 당뇨병 망막병증을 비롯한 당뇨 합병증 발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DCCT(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 Trial) 연구가 있다. 이 대규모 무작위연구에서는 평균 5.6년의 당뇨 유병기간을 가진 제1형 당뇨병 환자 1,441명을 대상으로 6.5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동안 철저하게 혈당을 조절한 사람들에게서 망막병증 진행이 6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조절 정도와 당뇨병 망막병증의 상관성이 명확히 증명된 것. 따라서 당뇨병으로 진단된 직후부터 혈당을 철저히 관리해 정상에 가까운 혈당을 유지하면 망막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 다른 당뇨병 망막병증의 위험인자에는 당뇨병 신장질환,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흡연 등이 있다. 1형 당뇨병 환자라면 사춘기와 임신도 중요한 위험인자다.
당뇨 진단받았다면 안과 방문해야
당뇨병 망막병증이 생기면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시력 저하, 눈앞에 벌레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 같은 비문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통증 없이 나타나고, 시력도 서서히 떨어지기에 망막병증 발생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따라서 당뇨로 진단받은 직후부터 정기적으로 안과에 방문해 망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 망막병증을 조기에 진단해 관리하면 시력 저하 등의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기본 검사는 '안저 검사'다. 망막은 안저의 일부분으로, 안저에는 망막과 시신경유두, 황반, 맥락막 등이 분포한다. 검사 전, 망막을 자세히 보기 위해 동공을 확장시키는 안약인 산동제를 넣는다. 검사 장비에 턱과 이마를 붙인 후, 렌즈 안에 깜박이는 점을 보고 초점이 맞춰지면, 안저를 촬영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1형 당뇨병 환자라면, 당뇨 진단 후 5년 이내에 안저 검사와 포괄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2형 당뇨병 환자라면, 당뇨 진단과 동시에 검진받아야 한다. 이후 계속해서 매년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단, 당뇨병 망막병증 소견이 없고 혈당 조절이 잘되는 환자라면 1~2년 간격으로 검사할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