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인천 영홍도의 한 캠핑장에서 불의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부부가 텐트 안에 불을 피우고 잠들었다가 남편이 숨지고, 아내는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발견 당시 아내는 의식불명 상태였지만, 다행히 이내 의식을 회복했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을 지목했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무엇인가
일산화탄소 중독이란 몸속에 산소가 아닌 일산화탄소가 과다한 상태를 뜻한다.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힘이 산소보다 200배 강하다. 따라서 일산화탄소가 포함된 공기를 흡입하면, 헤모글로빈이 산소가 아닌 일산화탄소와 결합한다. 그러다 보면 산소를 온몸으로 전달해야 하는 헤모글로빈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두통과 호흡 곤란, 의식 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산화탄소는 불완전 연소 반응의 결과물이다. 물질이 연소할 때는 산소가 사용되고, 탄소가 배출된다. 주변에 산소가 충분하다면, 연소 과정에서 생성된 탄소가 두 개의 산소와 결합하는 완전 연소 반응이 일어난다. 그런데 산소 공급이 없는 밀폐된 공간이라면, 물질이 연소할수록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불완전 연소 반응이 더 많이 일어난다.
원래 탄소 원자는 산소 원자 2개와 결합해야 안정적이다. 그런데 화학식이 CO인 일산화탄소는 산소 원자가 하나밖에 없어서 불완전하다. 몸속에서도 헤모글로빈과 쉽게 결합하는 이유다. 일산화탄소와 헤모글로빈이 결합하면 '카복시 헤모글로빈(carboxy hemoglobin)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산소와 결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산화탄소를 많이 흡입하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카복시 헤모글로빈으로 대체되면서 혈액의 산소 운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은?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크게 '중독 정도'와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라는 기준을 들 수 있다. 먼저 중독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 중상으로 나뉜다. 중독 초기인 경증 단계에서는 두통과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 단계에서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손발의 근육이 무뎌지며 머리가 몽롱해진다. 중증보다 심각한 중상 단계에서는 맥박이 빨라지고 얼굴색이 붉어진다. 아울러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고 이 상태를 방치하면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한편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다음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제시한 자료를 표로 정리한 것이다.
일산화탄소 중독, 예방과 치료법은?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야 한다. 특히 캠핑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난방 도구는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2021년 한국가스공사 사고 조사부의 실험에 따르면 캠핑용 숯 화로를 텐트 안에서 이용했을 때 15분도 안 돼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1,600ppm을 넘었다. 따라서 환기가 안되는 공간에서 캠핑용 난로를 켜고 잠들면 안 된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일산화탄소 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갖고 다니는 것도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성능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pm에서 5분 이내, 550ppm에서는 1분 이내에 경보가 울려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골라야 안전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제시했다. 우선 창문이나 문보다는 높은 위치에 경보기를 설치해야 한다. 벽에 설치할 때는 천장으로부터 최소 15cm 떨어져야 하고, 천장에 설치할 때는 벽으로부터 최소 30cm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보기를 설치하지 말아야 하는 곳은 △영하 10도 이하 또는 영상 40도 이상의 창고, △가스레인지와 환풍기 근처, △먼지와 습기가 많은 곳, △커튼, 가구 등 장애물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