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 어머니는 59년생으로 작년에 만 65세가 되셨습니다.
예전 같다면 환갑이 넘은 나이에 노인이지만, 요즘은 한창의 나이로, 실제로 수년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셔서 벌써 몇년째 고흥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시며 고추농사 지으시는 아버지와 함께 노년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약 2주전 2월 5일 오후 6시 30분경 생각지도 못했던 급성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2월 17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쓰러지기 직전 타지에 살고 있는 저와 오후 5시 30분부터 6시까지 즐겁게 통화하셨고,
아버지와 저녁식사를 막 마치신 그 시점에 두통과 구토증상을 호소하시며 몸을 가누지 못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아버지는 산등성이에 있는 집까지 119를 불렀다가는 집을 찾다 시간을 허비하겠다 싶어 마을 이장님께 도움을 요청하셨고,
이장님께서는 저희 부모님을 차에 싣고 지체없이 성가롤로 병원으로 달려주셨습니다.
당일 9시30분경 집에 있던 저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쓰러져 수술실로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고, 퇴근하셨던 김성현 과장님께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수술을 집도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모님이 크게 다쳤다고 할 때 하는 표현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 상황을 직접 겪어보니 가슴 속이 와르르 무너지며 눈앞이 새까맣게 변하는 것이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처자식을 데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갔고, 밤 12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수술실 앞에 도착 하였습니다.
수술실 앞에는 의자에 앉아 슬픈 표정을 짓고 계시는 아버지와 말없이 자리를 지켜주고 계셨던 이장님만이 고요하였고,
저와 저의 아내 그리고 12살 딸아이도 어머니의 성공적인 수술을 기원하며 초조하게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월6일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김성현 과장님께서 수술실에서 매우 지치신 얼굴로 나오시며, 어머니의 상태와 수술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지만 죄송하게도 모든 내용이 다 기억이 나진 않고,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셨을 때 부터 의식 및 동공반응이 없었고, 뇌출혈이 급성이며 출혈량이 매우 많아 상태를 장담할 수 없으니 당일 9시 회진 이후 다시 한번 연락을 줄테니 우선 집에가서 쉬고 있으라고 하셨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이 들어가시고 중환자실 앞에서 아버지와 부여잡고 많이 울었습니다.
저와 아버지는 아직 어머니와 이별할 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은데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은 고요한 노년을 맞이하려 하셨던 저희 부모님과,
이제서야 겨우 사회에서 한사람 몫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며 귀한 손녀딸 조부모님께 잘 키워나가는 모습 보여드리던 저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 슬픔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현장에서 저희 가족은 어머니를 위해서 할 수 없는 일이 하나도 없었고,
그저 겨우 이장님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입원 절차만 겨우 마무리 한 채로 집으로 돌아와 과장님의 연락을 기다릴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집에서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져있을 무렵 선생님께서 회진을 하셨고 다행히 어머니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강한 의지로 깨어나셨구나 하며 조금은 안도하고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녁 7시 즈음, 어머니가 다시 의식을 잃어 2차 수술을 해야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부랴부랴 아버지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가 2차 수술을 들어간 수술실 앞에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왜 그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철없던 시절에는 왜 그런행동을 했을까, 그리고 왜 미안하다 고맙다 그 말 한마디를 쉽게 하지 않았었을까.
그렇게 또 3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수술실에서 나오신 김성현 과장님은
이미 마음이 많이 부러져 버려 "어머니가 잘못될까요?" 라고 질문하는 저에게
아직은 경과를 두고봐야 할 듯 하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고 당신과 의료진이 최선을 다 해서 살릴 수 있게 노력할테니 너무 염려말고 우선 지켜보자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그날의 저에게는 정말 너무나 큰 희망이고 힘이었습니다. 선생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저희 어머니는 12일간의 중환자실 생활을 마치시고 일반 병실로 가십니다.
지난 12일간 겪었던 마음고생과는 별개로, 진짜 힘든 것은 뇌출혈 환자의 회복과 재활과정에서 오는 심적, 경제적 고통이란 것을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런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저희 가족에게 주신 김성현 과장님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부터는 타지에 사는 저보다 아버지께서 더 많은 고생을 하시겠지요.
그리고 그저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반신불수가 된 저희 어머니의 마음도 지금은 말이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죽음의 문턱에서 어머니를 데리고 돌아와 주신 김성현 과장님께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치료 열심히 따라갈 수 있도록 어머니께 항상 힘을 드리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