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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송인 이영자가 그토록 바랬던 “표현하는 사랑”에 대하여
작성일 2018-04-19 오후 4:16:00  [ 조회수 : 255 ]

“사랑만이 세상에 나가서 이길 수 있는 힘”

지난 16일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방송인 이영자 씨가 부모의 ‘표현하는 사랑’에 대한 중요성을 눈물로 호소하며 큰 화제가 됐다.

사연 속 주인공은 사랑과 관심이 아닌 사사건건 구속하는 아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정작 아버지는 걱정이 돼서 그렇다는 식으로 자신의 과도한 행동을 합리화시키려고만 했다.

이에 이영자 씨는 눈물을 보이며 “제가 살아보니까 세상을 이기는 힘은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갖고 있더라”라고 말하면서 “나는 늘 방황했고, 지금도 그렇다. 나를 낳았다고 해서 (부모의 사랑을) 알 거라 생각하지만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아빠가 못하면 엄마가 번역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집은 끝끝내 (사랑 표현을) 안 해줬다. 무조건 자식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 그것 때문에 제가 50년을 방황했다. (사연자의) 아버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당부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 사진 = KBS2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 사진 = KBS2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이에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최성환 원장(인천우리병원)에게 프로그램 속 사연과 이영자 씨의 조언을 되짚어 보고, 부모와 자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세상을 이기는 힘은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갖고 있더라”라는 이영자 씨의 발언이 인상적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역시 그분의 말대로 세상을 이기는 힘은 바로 사랑입니다. 온갖 미사여구 (美辭麗句)와 천사처럼 감미로운 말을 하고, 온 세상을 다 구제할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도 그 속에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소리만 요란한 꽹과리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사실 사랑이란 것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받은 사랑이 적든 많든 간에 그 양에 너무 집착하지는 마세요. 사실 저는 세상을 이기는 힘은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보다는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만 받아 온 사람이 안하무인의 욕심쟁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자주 등장합니다. 오히려 사랑을 못 받았던 사람이 “용서”라는 깨달음을 얻고 많은 이들에게 평생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기도 하지요. 

 

TV 프로그램 속 사연을 좀 더 되짚어 볼까요.

사연자의 아버지는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고 식탁, 의자까지 다 부수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이것이 모두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서라고 말합니다. 딸은 집착하는 아버지가 자신을 때리지는 않아도 매우 무섭고, 그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갈 생각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자식에 대한 걱정’이라는 미명하에 훈육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잘못된 표현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랑과 집착은 엄연히 다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준다”는 표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욕심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사랑이 아닌 불행을 낳습니다.

신체적인 폭력이나 화를 내는 것이나 모두 행동으로 나타나는 “행동화”라 불립니다. 가령 너무 화가 나고 위협이 통하지 않자, 사랑하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비록 자기 돈으로 샀다고는 하지만 물건을 던지고 부수는 것도 결국 자해 아닌가요? “내 것이니까 함부로 부수고, 내가 낳았으니까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것이 바로 폭력의 시작입니다. 훈육(訓育)은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름이라는 뜻입니다. 화내고 부수는 것이 품성과 도덕을 가르쳐 줄까요? 폭력은 절대로 훈육이 될 수 없습니다.


만약 한쪽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표현이 서툴다면 다른 한쪽에서 이를 번역해줘야 한다고 이영자 씨는 설명합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 의견은 어떤가요?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어떤 변명도 완벽할 수 없듯이 어떤 번역도 완전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번역이란 것이 돌려서 이야기하는 것일 뿐인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순화해서 다시 말해준다 한들, “아버지가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지 절대 미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라고 회유하는데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더 큰 충돌과 골치 아픈 것을 피하고자 그럴듯한 번역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 편에서 공감만을 해주다 보면 한쪽 부모에 대한 신뢰감이 평생 무너져 버립니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부모든 조부모든 보호자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보호자가 바로 서지 못한다면 어떤 번역도 변명에 불과하고 모든 것의 결론은 반항으로 귀결됩니다.


방송에서 이영자 씨는 부모의 부족한 사랑 표현으로 50년을 방황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부모의 사랑은 소아청소년기를 지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데요, 특히 어느 시기가 가장 중요할까요?

‘에릭슨의 정신사회 발달단계(Erikson's Psychosocial Development Theory)’가 있는데, (물론 모든 시기와 단계가 다 중요하지만) 특히 제5단계인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자아 정체감의 확립과 역할 혼란을 막는 일입니다. 인격이 완성되어가는 시기라서 성실한 사람이 되느냐, 반항심만 커지느냐의 차이가 이때 생길 수 있습니다. 육체뿐만 아니라 혼을 다루는 시기이기에 본격적인 방황이 시작될 수 있지요. 사실 그 방황이란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자의식의 발견은 방황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또한 자아 정체감을 주관(主觀)이라는 쉬운 단어로 바꾸어 말할 수 있는데, 한 번 형성된 주관은 개인과 사회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성격으로 굳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청소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모의 부족한 사랑에 아직도 힘들어하는 성인들에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어느 가정에 대학생이 된 자녀가 있었습니다.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 같은 판박이 일상생활에서 막 벗어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자녀가 밤 11시가 되었는데도 아무 연락도 없이 귀가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은 안절부절못하지만, 한 사람은 비교적 느긋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이 대학생 때에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를 떠올린 것입니다. 한 사람은 “밤 11시쯤이면 내가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때구나”라고, 한 사람은 “밤 11시쯤이면 내가 친구들과 술 먹고 사고 치던 시간인데?”라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합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도 결국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하기 어려워집니다.

즉, 부모는 나이가 들수록 더 변화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제부터는 자녀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용서하고 사랑해야지요. 아니라면 부모에게 복수할 겁니까? 그런다고 자신에게 어떤 위로가 될까요? 불쌍한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용서하고, 자신은 그들과 닮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을 자신으로부터 끌어내어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이영자 씨의 경우 힘들었던 과거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 헌신했고, 후배들을 이끌었습니다. 아이티 지진 당시 긴급구호에 동참하고, 세계재난 구조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도리어 상대에 대한 사랑과 봉사로 발전시킨 것이지요. 이런 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승화(昇華)’라고 합니다.

하트 표시를 하고 있는 가족

이번 방송 사연과 이영자 씨의 고백은 자녀를 둔 부모에게 큰 메시지를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은 이를 표현하는 소통 방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관심 등으로 인해 사랑에 굶주린 사람은 학대조차도 사랑이며 관심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잘못된 소통방법이 남에게도 통한다고 믿게 되지요. 혹은 어릴 적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 부모에 대한 원망이 평생 남아, 부모의 사랑에 애써 냉정하고 무감각해지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 성급하게 가해자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시도가 무모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대학생이 된 자녀를 둔 부모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 사람의 성격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바람을 피워보지 않은 배우자보다는 바람을 많이 피우는 배우자가 상대방을 더 의심합니다. 상대방이 자신과 같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지요. 또한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은 딸도 의심하고 아들도 의심합니다. 남편이 미운 아내는 남편의 모습을 닮은 아들을 이유 없이 미워합니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볼 때, 앞서 나왔던 방식의 행위는 사랑도 아니며 훈육도 아닙니다. 성격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섣불리 이런 성격을 버리라고 누군가 조언한다면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분노만 격화시키며 집착을 가져올 뿐,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문적으로는 편집증이라고 하며, 일상적으로는 의처증, 의부증이라고 하는 증상에 강박 증상이 추가된 것입니다. 이 또한 스스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성격이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그로 인해 자녀에게도, 손주에게도 대대손손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때야 자신의 문제를 깨닫기도 합니다. 그때라도 깨달으면 다행이지요.

자녀는 자신의 거울입니다. 그 거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세요. 그리고 귀 기울이세요. 그렇게 드러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때로는 제삼자나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에 더는 망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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